코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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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9. 한국어 교육 4주차.코이카 2015. 10. 2. 18:45
수업.이번 주에 드디어 받침을 끝냈다.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한국어는 결코 쉬운 언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주일에 2시간만 수업했을 뿐이지만, 글자와 그 소리를 가르치는데만도 1달여가 걸렸다. 이는 단순히 진도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아이들의 숙련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몇몇 한국어 수업에 최선을 다하는 (혹은 머리가 좋은, 이 둘은 분명히 다른 것이겠으나 글자를 외우고 그 소리를 익히는 수준에서는 변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글자 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아직도 발음을 키르기즈어로 옮겨 적는다. 지난주 수업에서 느낀 바가 있어 나는 더 이상 발음을 키르기즈어로 적어주지 않는데도 아이들은 그것을 적고, 키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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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2. 한국어 수업 3주차.코이카 2015. 9. 26. 02:54
수업 원래 이번주 목표는 받침을 끝내는 것이었으나, 의외로 자음 + 모음의 구성에서 학습 속도가 느려진 덕분에 2번 그룹 외에는 받침을 시작하지도 못하였다. 자음 따로, 모음 따로는 이제 쉽게 인지하는 반면, 여전히 합자에서는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큰 문제. 아직까지 제시된 단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읽질 못하니 받침까지 나가는 것도 사실은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난번 과외를 하던 3명의 학생들은 3주차에 받침까지 수업을 마쳤기에 생각보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단어도 충분히 읽히고, 이후에 자기 소개까지 마칠 수 있었는데 이런 속도로는 12월까지 얼마만큼의 진도를 나갈 수 있을런지... 게다가 문제는 내가 진행하고 있는 학습 순서가 맞는지도 확실하지가 않다는 것. 모음 - 자음 - 받침 순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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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6. 한국어 수업 2주차.코이카 2015. 9. 20. 01:59
수업. 수업은 나름 궤도에 올라 잘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로 모음에 대한 진도를 끝내고, 이번주는 자음에 대한 진도를 나갔는데 확실히 자음으로 들어오니 난이도가 높아지긴 하는 모양. 문제는 결국 자음과 모음, 그리고 다음주에 배울 받침을 합친 '합자'를 사용한다는 건데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수 밖에는 없어 보인다. 주말이 지나면 아이들은 많은 정보를 까먹고 오기 때문에 이를 계속 반복하여 숙지시키는 것이 참 어려운 일. 일단은 수업 시작할 때 복습과, 중간중간 보는 간단한 테스트로 강제로 반복시키는 수 밖에는 없어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음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는 발음의 어려움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현재 자음은 글자 - 글자이름 - 예시 순으로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자면 'ㄱ - 기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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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8. 개학 2주차.코이카 2015. 9. 11. 04:07
나도 드디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 우선 감사하다. 워낙 실망의 연속인 나날이라 아마도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어쨌거나 개학을 했고, 어찌어찌 수업을 굴려간지 1주일이 흘렀다. 확실히 일을 하니 무언가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하여 이제서야, 코이카에 온 지 5개월 가까이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나는 업무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내가 코이카에 와서 꼭 따라 써 보고 싶었던, 내 코이카행 결정에 꽤 큰 영향을 준 곰파의 글 형식을 따라 써 볼 수 있게 되었다! (http://gompa.tistory.com/511) 물론 나는 이렇게 정리된 글을 쓸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형식이라도 빌어다 전문적인 척좀 해야겠다. 수업1. 말도 많고 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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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0. 환상과 실제와의 괴리.코이카 2015. 9. 4. 03:05
1. 그래도 꼴에 일이 생겼다고 단지 하루 한 시간 정도 학교에 있을 뿐인데 그새 일주일이 지나갔다. 그래봐야 입학식 보고, 한국어 수업 할 아이들 의견 묻고 한 정도였지만 역시 인간은 적당한 노동이 있어야 삶을 보람차게 보낼 수 있는 모양이다. 오늘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반을 구성하는 날이었는데, 갑자기 교장이 나를 강당으로 데리고 가길래 뭔가 보니 한국어 수업 할 의향이 있는 아이들을 강당으로 모두 모은 모양이었다. 무슨 게릴라 콘서트 하는 것도 아니고 눈 앞의 수 많은 학생들에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략적인 숫자를 세어봤더니 못해도 200명 이상... 세상에, 내가 학교에 근무하면서 1년에 들어간 학생 수 만큼의 학생이 눈 앞에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여긴 1~11학년까지 모두가 섞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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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7. 8월 31일을 돌아보기.코이카 2015. 9. 1. 03:20
8월의 마지막 날이다. 꾸준히 얘기해왔던 그 '9월'이 눈 앞에 와 있다. 나란 인간은 참으로 무서운 습관성 인간인지라, 그렇게 9월을 바라 마지않았고, 무언가 일을 하기를 고대해 왔지만 막상 9월이 오고 내일 당장 출근을 해서 답이 보이지 않는 수렁을 헤치고 들어갈 생각을 하니 일단 숨이 막힌다. 그리고 한 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이 생활도 나름 편하고 좋지 않은가. 실컷 남 탓이나 하면서 어쨌거나 남의 돈으로 적당히 놀고 먹으며 편하게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는 건데 말이야.' 세상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정말 진리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억지로 늘어지려는 몸을 일으켜세워 흩어진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해본다.올해 8월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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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1, 피로.코이카 2015. 8. 15. 04:43
드디어 오늘은 이동제한이 풀리고 수도로 놀러 가는 날. 지금 자도 일어나야 하는 시간까지는 4시간밖에 잘 수 없지만 그래도 짧게 쓸 건 쓰고 자야겠다. 뭐 오늘도 밝은 얘기는 아니고, 그저 어느 정도 걱정했던 것이 그저 '확인된' 날이랄까. 졸리니까 길게 쓰진 말고 짧게 쓰고 자자.한국에서 일하다 오신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에 단골로 다니고 있다. 물건도 나쁘지 않고, 우리가 주로 사 먹는 물의 브랜드가 여기에 있기 때문에 (참 무서운게 똑같이 돈 주고 사먹는 물인데 어떤 브랜드의 물은 가끔 물이끼가 둥둥 떠있는 경우가 있다. 가장 메이저한 회사의 물만 마실 수 밖에 없는데, 그 물을 여기서 판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자주 가게 된 것. 오늘도 물과 과자를 사러 들렀더니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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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7. A world of pandemonium.코이카 2015. 8. 12. 03:50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밴드 the Hiatus 2집에서 발췌, 그리고 위의 뮤직비디오는 그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딱히 오늘 쓸 내용과는 관련 없는 노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엄청나게 많은 소리가 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복잡하면서 화려하고, 유쾌하면서도 밝지만은 않은 곡. 지난번 글을 쓴 바로 그날 호된 장염에 걸려 일주일을 꼬박 앓고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아직 장염의 여파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번 글의 내용이 내용이었던 만큼 뭔가 운명적인 질환 - 속에 담긴 모든 것을 내보내고 다시 새로워지기 위한 정화의 과정으로써의 장염이라고 생각하려 해보았으나 무슨 얼어죽을 정화, 함께 식사하는 동기 두명도 비슷한 증세로 고생한 걸 보면 그저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긴 탈일 뿐 이상도 이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