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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돈내산 맛집] 문래동 술로슬로우 (sulloslow)
    내돈내산맛집 2022. 8. 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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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보던 일본 만화에는 삶에 지친 어른들이 동네 아담한 단골 술집에 혼자 들러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한잔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는 장면들이 나온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 단골 술집의 역할을 포장마차가 대신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포장마차보다는 아담한 단골 술집 쪽이 훨씬 땡겼단 말이지. 시대가 변하며 점차 혼술이 보편화되었고, 혼술하기에 적절한 소규모 개성있는 술집들이 생겨나면서 어린 시절 꿈꾸던 '아담한 단골 술집'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그 '아담한 단골 술집'이란게 참 어렵더라. 문래와 신도림 사이에 거주하는 나에게는 예전 '요츠바'가 딱 그런 술집이었는데, 지금은 여의도로 이전한데다 덩치도 커져서 접근성도, 아담함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난 여전히 요츠바를 좋아하고 아마 조만간 한 번 포스팅을 하고 말 것이다.) 그러고 주변을 둘러보니, 문래고 신도림이고 딱 적절한 '아담한 단골 술집'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었던 것. 아,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찰나에 자주 산책다니는 스타벅스 문래동점 뒤편, 목화마을마당 안쪽으로 뭔가 힙해보이는 가게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 ㅋㅋㅋ 하이볼 5천원인데 안가고 배기겠냐고 ㅋㅋㅋ

    가게 이름도 미묘하게 힙하다. sulloslow. 술로슬로우라고 읽는다고 한다. 바로 퇴근하는 친구를 들러 들어갔다. 아직 정식 오픈은 아니고, 가오픈 기간이라고. 이러다 가오픈 전문 블로거가 되는게 아닌가 싶네.

     

    가오픈이라 메뉴를 테스트 중이시라고.
    와인과 위스키들. 위스키 종류가 좀 실한듯?
    오늘의 목표, 하이볼.

    메뉴는 가오픈이라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있었다. 메뉴판엔 없지만 벽에 붙어 있던 부타노가쿠니, 닭튀김 세트를 시키고 술은 얼그레이 하이볼과 진토닉을 주문.

     

    흡사 예쁜 카페를 떠올리게 만드는 인테리어와
    무려 생화 센터피스!

    기다리는 동안 둘러보니 이미 여성 테이블이 많았고, 머리끈까지 준비되어 있는 것이 주 타겟을 짐작하게 했다.

     

    진토닉.
    얼그레이 하이볼. 오늘의 베스트 주류.

    아, 얼그레이 하이볼, 이거 물건이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좀 술의 연배가 있는 우리 동년배들은 아마 알 것이다. 신촌 어디선가 팔았던 홍차 사이폰 소주를 떠올리게 하는,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고급스런 위스키의 피티함이 감도는 바로 그 맛. 솔직히 이 정도면 이거 매일 마시러 와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모둠 닭튀김. 이건 그냥 그런 맛.
    부타노가쿠니. 오늘의 베스트 음식.

    아 부타노가쿠니. 이 음식을 먹으니 일본 만화 어딘가에서 보았던 그 단골 술집이 여기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결결이 녹아드는 삼겹살에, 야채 볶음에, 계란까지... 이거 완전 밥도둑인데 밥 한 그릇 시켰어야 하는건지.

     

    술을 추가하지 않고 배길 수 없다. 기네스 생맥주 추가.

    그리고 특이하게 기네스 생맥주를 팔고 있었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생맥주집에서 보는 거대한 케그 디스펜서가 아니더라. 생맥주 캔을 넣으면 알아서 따라주는 묘한 기계가 있었다.

    오오, 기계, 오오. 물론 좀 말썽은 부렸지만.

    예전에는 기네스 생맥 먹으려면 어디 홍대나 이태원 가야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마무리는 역시 면과 국물. 토마토 해물라면.

    이게 또 요물이다. 솔직히 오늘 출근만 아니었으면 나는 개인적으로 일품진로를 한 병 까든, 하이볼을 연달아 주문하든 했을 맛. 토마토 조개 베이스라 와인에도, 국물이라 소주에도, 면이라 식사로도 어울리는, 마무리 음식으로 최고인 안주였다. 이 쯤 되면 다른 파스타도 너무 궁금한데 배가 불러서 더 시키지는 못했다.

     

    그리고 가오픈이라 간단한 디저트까지 챙겨주셔서 입가심까지. 이거 예감이 든다. 와이프랑 자주 올 것 같은 예감. 사장님이 가오픈이라 메뉴가 좀 바뀔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얼그레이 하이볼에 가쿠니는 꼭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 또 가끔 입 심심하거나 하면 혼술하러도 올 것 같다. 왜?

     

    시대의 상징, 혼술 다찌.

    아 ㅋㅋ 저기서 핸드폰 굴리면서 하이볼 마시면 피곤하겠냐고 ㅋㅋㅋ

     

    나오면서 보니 강렬한 오픈이 딱. 이정도면 진짜 이 동네 '아담한 단골 술집'자리 완벽 예약이다. 하나 걱정되는 것은 이 나만 알고 싶은 술집이 동네 맛집이 되어 대기타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 이미 근처 회사 여성분들의 회식이 열릴 정도였으니 초반에 바짝 가지 않으면... 조만간 정식 오픈하면 한번 더 가서 안먹어본 메뉴를 먹어보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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