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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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카 복기 1. 과장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코이카 2022. 4. 9. 02:11
안녕하세요 과장님. ○○기 ○○○입니다. 사무실 이사 등으로 여러모로 바쁘실 와중에 메일을 보내게 되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제 OJT 결과를 이야기하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던 차에 면담을 신청하기 전 제 생각을 명확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을 듯 하여 우선 메일을 적습니다. 우선 어제 말씀드린 OJT 내용과 제가 보내드린 보고서를 종합하여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5번 학교에서 (아마도 대다수의 키르기즈 공립 학교에서) 한국어 정규 수업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는 경황이 없던 와중이라 일하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렸으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일의 시간보다는 그 일이 정식 업무인지 아닌지에 달린 것 같습니다. 대다수의 봉사단원이 많은 시간을 할애 받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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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 이제서야 적는 마무리.코이카 2016. 3. 20. 23:45
1.이미 귀국한지가 4개월이 넘었으니 지나치게 늦은 마무리다. 어떤 방식으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귀국한 직후에는 혼란스러워서, 한참 취직 전선에서 패배를 반복할때는 내 코가 석자라서, 취직한 후 지금까지는 일하고 쉬기 바빠서 적지 못했다. 사실은 다 핑계다. 길어야 한시간이면 다 쓸 수 있을 글을 지금까지 적지 않았던 것은, 내 안에서는 아직 정리가 끝나지 않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문제였기에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 뿐이다. 그렇다고 마냥 미뤄둘 수는 없겠고, 그렇다고 나서서 쓰기는 싫었으니 어쩌면 난 이 혼란이 삭아서 앙금으로 가라앉아 세월에 씻겨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날이 급격하게 봄이 되었고, 아직 겨울 옷을 정리하지 못한 가운데 바람막이를 꺼내 입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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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13, 한국어 수업 9~10주차.코이카 2015. 11. 16. 01:30
수업.중간에 가을방학이 끼어 있는 관계로 수업에 대해 쓸 내용은 그다지 많지 않다. 목요일부터 시작한 방학이 월요일에야 끝났으니, 거기다가 수요일에는 학교 대청소를 한답시고 수업을 하지도 못했으니 딱 1주일 수업 한 셈이다. 이젠 남을 아이들만 남아서 수업 자체의 질은 아이러니하게도 훨씬 좋아졌다. 현재 가장 빠른 반은 '~가 아닙니다' 형식의 부정 표현과, '~의 ~' 형식의 소유 표현을 배우고 이제 본격적인 동사를 배울 차례를 앞두고 있고, 중간 수준의 두 반 역시도 저 수업에서 한 두 수업정도 떨어진 진도를 나가고 있다. 가장 떨어지는 반은 반이 완전 교체된 이후로 속도를 처음부터 시작하여 속도를 좀 내서 인사말을 배우고 있는 상태. 그 와중에 지난번에 언급 했던 개발괴발 필기하던 나이 많은 남자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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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9. 한국어 수업 8주차.코이카 2015. 11. 2. 03:04
수업.수업은 수업이다. 딱히 할 말이 없다. 문장을 배우는 학생들은 자기 이름 소개와 직업 소개까지 나아갔고, 나머지 잘 못하는 반들의 경우는 그보다 아랫단계의 수업을 하고 있다. 한가지 큰,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는 가장 문제가 많았던 4번째 그룹이 드디어 와해되고 그 자리에 글자도 모르는 아이들이 대거 보충되었다는 점이다. 세상에, 이 얼마나 무서운 교체인가. 2달여를 열심히 가르쳐 놨더니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고 새 아이들로 교체되면서 다시 글자부터 가르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화낼 기운도 없다.금요일 선생님 수업 역시 선생님들은 없는 가운데, 다른 학교 학생들과 20살 먹은 청년 둘이 와서 수업을 듣는데 당연히 글자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나 언급한 청년놈들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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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93. 한국어 교육 7주차.코이카 2015. 10. 26. 03:57
수업.대다수의 반이 문장을 만드는 수업에 돌입했고, 가장 진도가 빠른 반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단계에 나아갔다. 이제는 걸러질 것들은 걸러지고 어느 정도 수업이 안정된 가운데, 여전히 수업을 듣겠답시고 여러 시도를 하는 어중이 떠중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새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막상 수업을 듣겠다고 찾아 온 정성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진도가 안맞아도 일단 앉혀놓고 듣게 함 + 금요일 1교시 선생님 수업 (이젠 선생님이 아예 없고 그냥 글자배우기 반이 되어버린) 에 참석하게 해서 글자를 배우게 하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중에 꾸준히, 열심히 한국어 수업을 들을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한 두어번 재미로 얼굴을 비추던 학생들도 지각하고, 늦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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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8. 대체 불가능에 대한 갈망.코이카 2015. 10. 22. 02:59
오늘 수업은 한국 아이돌 그룹의 그룹명과 이름을 가지고 '누가 ~입니까?', '그 사람은 ~입니까?'에 대한 대화를 만들어보는 내용이었다. 진도가 가장 빠른 반이기도 했고, 막상 아이돌의 사진과 이름만 보여주고 뮤직비디오를 안보여주고 넘어가기는 또 뭐한지라 예전에 한국 문화 수업을 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뮤직비디오를 틀어주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돌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번에 문화수업을 준비하면서 뮤직비디오를 많이 보다 보니 어느 정도 편견은 사라진 상태. 어디서 저렇게 외모도 출중하고,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는 사람들을 모아서 '훈련'에 가까운 연습을 거쳐 아이돌로 만들어 낸 것일까에 대한 순수한 경탄까지도 느끼는 와중이었다. 몇번이고 봤던 뮤직비디오지만 다시 봐도 여전히 대단한 대한민국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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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5, 한국어 교육 6주차.코이카 2015. 10. 19. 04:01
수업.여러모로 힘든 한 주였다. 학교는 무슨 추수 감사 축제를 한다나 어쩐다나 정신 없고, 수업의 출석률은 점차 떨어져가고, 각 그룹별 진도 차이는 점점 더 나는지라 대체 뭘 하는건지 알 수 없었던 한 주이기도 했다. 수업 내용으로는 본격적인 짧은 문장 만들기에 들어가서 "이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강아지입니다." 등의 문장을 만들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빠른 반의 경우, 동물과 채소의 이름을 이용해 학생들 스스로 질문 - 대답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는 다다른 듯. 가장 빠른 반에는 나름 한국어를 열심히 하는 여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수업 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물론 출석률이 떨어져 현재 나오고 있는 학생들이 6~8명 정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나름 말하기 연습도 가능할 만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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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79. 한국어 수업 5주차.코이카 2015. 10. 13. 01:41
수업.받침에 대한 수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간단한 문장을 배우는 한 주였다. 지난 방학 과외를 할 때는 받침을 마치고 나서 바로 '이것은 무엇입니까?'의 문형으로 넘어갔었지만, 여러모로 흥미를 끌기는 어려운 부분이라서 한국어 인사말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말 자체는 딱히 가르치고 배우는데 어려운 부분은 아니고 그저 자주 사용하고 암기하면 되는 영역이지만, 문제는 아직도 학생들이 한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잘 따라 읽는 학생들이 조금 띄엄띄엄이지만 글자를 보고 바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내가 읽어주기 전까지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 못 읽는 학생들은 아무리 봐도 전혀 글자를 모르지만 그 학생들은 딱히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질 않았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