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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99. 한국어 수업 8주차.
    코이카 2015. 11.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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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수업은 수업이다. 딱히 할 말이 없다. 문장을 배우는 학생들은 자기 이름 소개와 직업 소개까지 나아갔고, 나머지 잘 못하는 반들의 경우는 그보다 아랫단계의 수업을 하고 있다. 한가지 큰, 당연히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는 가장 문제가 많았던 4번째 그룹이 드디어 와해되고 그 자리에 글자도 모르는 아이들이 대거 보충되었다는 점이다. 세상에, 이 얼마나 무서운 교체인가. 2달여를 열심히 가르쳐 놨더니 아이들이 모두 사라지고 새 아이들로 교체되면서 다시 글자부터 가르쳐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화낼 기운도 없다.

    금요일 선생님 수업 역시 선생님들은 없는 가운데, 다른 학교 학생들과 20살 먹은 청년 둘이 와서 수업을 듣는데 당연히 글자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나 언급한 청년놈들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연락도 없이 나타나서는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수업 듣는 태도나 열의는 인정할만한데 필기가 정말로 처참할 수준으로 엉망 진창이다. 그렇다고 내가 수업을 맥락없이 하느냐면 그것도 아닌데 필기 내용이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옆으로 갔다가 다시 앞쪽으로 가기도 하고 쓴 자신도 이해 못할만큼 난잡스럽게 필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자기 자신도 이해를 못하는 코메디같은 상황까지...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 수업은 그렇다치고 동기들의 수업도 엉망인데, 사무실의 대처는 더더욱 엉망이다. 지난 주 비쉬켁에서는 소속 기관장 회의가 열렸는데 거기에 탈라스 학교 선생님들도 참여했다. 우리 학교는 물론 아주 당당히 교장이 아닌 만나본적도 없는 선생님이 나한테 한국어 수업에 대해 3분정도 묻더니 참석. 뭐, 사무실이 워낙 엉망진창이라 기대도 크게 하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엉망진창인 결과를 내놓으려 하고 있는 듯하다. 동기 홈스테이를 통해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결국에는 그냥 이 지역에서 뭐라도 시키려고 교장에게 압박을 넣었다는 듯. 답이 없다. 안된다는 이유를 그렇게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짖어라, 나는 내 할 일 하련다, 그저 밀어붙이기만 하는 무책임하고 멍청한 사무실에게도 이젠 진저리가 난다.



    생활.

    생활 역시 생활이다. 특별히 달라진 바가 없는 가운데 그냥 일주일이 지나갔다.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목요일에 동네가 소란스러워 출근을 하지 못했다는 점. 점심을 먹고 학교에 출근을 하려는데 뭔가 밖이 소란스럽길래 내다보니 집 앞 도로에 남자들 200~300여명이 몰려다니면서 뭔가 구호를 외치고, 휘파람을 불고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이런 일이 없었기에 불안해진 나는 추이를 지켜보았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상점들이 전부 문을 닫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재빠르게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길래 그 날은 그저 집에서 쉬었다. 결국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듣자하니 콩이 풍년이라 콩값이 떨어져서 시위를 벌인 것이라고. 동기가 지나가면서 목격한 바에 따르면 시청에 진입을 시도할 정도였다고 하니 어찌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또 사무실 욕하기 손가락 아프지만, 이렇게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측에서는 아무런 추후 대책도, 연락도 없이 그저 무시했다. 궁금해서 전화라도 한 통 할만한데 카톡 한 통 없는 무책임함에 박수를) 다행이도 다음날부터는 또 아무일 없이 일상은 돌아가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 시위가 일어나던 옆 건물에서는 주말 내내 축제가 벌어졌다고. 평화롭구나, 평화로와.

    주말 내내 할 일도 없고, 사과쨈도 다 먹었고 해서 이번에는 넉넉하게 사과쨈을 다시 만들었다. 한 솥 그득 사과를 깎고, 다듬고, 다지고, 설탕을 부어 끓이고, 담을 병을 열탕소독하고, 쨈을 담고 정리하니 한 5시간 쯤 걸린듯 하다. 이번에는 레몬즙이 없어 집에 있던 사과식초를 좀 넣었는데 큰 문제는 없었지만 기분탓인지 식초의 기분 나쁜 신맛이 살짝 스치는 느낌이긴 하다. 지난번에 비해 사과 자체가 푸석푸석해져서 쫀쫀하고 아삭거리는 느낌은 없지만, 사과의 종류를 섞었더니 향은 좀 더 나는 듯. 시나몬을 조금 덜 넣어서 사과의 느낌이 부각되는 것 역시 좋았다. 물론 들어가는 설탕의 양을 보면 결코 많이 먹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집 앞에서 파는 쫀득한 빵에 크림치즈와 사과쨈을 발라서 우유와 함께 먹는 아침의 유혹을 떨쳐내기는 당분간 힘들 듯 하다.

    한 주 날씨가 좋더니 다음주에는 또 춥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금도 비인지 눈인지 낮부터 흐리더니 습한 추위가 꽤나 독하다. 내일은 요즘들어 가장 추운 날일거라는데 일단 비나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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