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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93. 한국어 교육 7주차.
    코이카 2015. 10. 26.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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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대다수의 반이 문장을 만드는 수업에 돌입했고, 가장 진도가 빠른 반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는 단계에 나아갔다. 이제는 걸러질 것들은 걸러지고 어느 정도 수업이 안정된 가운데, 여전히 수업을 듣겠답시고 여러 시도를 하는 어중이 떠중이들은 지치지도 않고 새로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막상 수업을 듣겠다고 찾아 온 정성이 기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진도가 안맞아도 일단 앉혀놓고 듣게 함 + 금요일 1교시 선생님 수업 (이젠 선생님이 아예 없고 그냥 글자배우기 반이 되어버린) 에 참석하게 해서 글자를 배우게 하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중에 꾸준히, 열심히 한국어 수업을 들을 학생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한 두어번 재미로 얼굴을 비추던 학생들도 지각하고, 늦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 있다. 심지어 5번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안나오는 학생들이 반이 넘어가는 마당에 학교 학생도 아닌데 잘 나올 수 있을지가 애초부터 의문이긴 했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나름 수업의 성취는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진도가 느린 반의 학생들 및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한글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성취를 이루었다.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인사말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니,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한국어로 나눌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어차피 이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그다지 큰 쓸모는 없을 것이고, 추후 정말로 필요한 학생들이라면 지금 배워둔 글자를 바탕으로 교재만 있으면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테니 이정도만 해도 지금의 여건상으로는 충분하다고 어느 정도 스스로 생각해 본다. 가능하다면 동사 수업까지는 진행하고 싶지만 11월 초에 일주일간의 방학이 있어 앞으로의 수업 스케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방학 때부터 꾸준히 과외를 해 오던 학생들과도 주말 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배운 시간이 좀 더 있고, 3명이서 과외 형식으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다 보니 학교 학생들보다 진도가 빠른 편. 과외를 하면서 수업 자료를 만들고, 이를 수정 보완해서 수업에 사용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나름 한번 테스트를 거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성실하게 수업에 참석하는데다 무료 수업이니까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해도, 올 때마다 뭔가 먹을 것을 사오는데 마음씨가 참 기특하다. 얼마 전에는 심지어 케이크도 구워다 주었는데 맛있게 잘 먹었지. 현재 이 학생들은 '~가 아닙니다'와 관련된 부정 표현 학습을 지나 '~의' 소유 표현, 그리고 다음 주에는 대망의 동사 표현으로 넘어간다. 오늘은 동기들과 함께 케이크도 같이 먹고 사진도 같이 찍고 나름 재미있는 시간도 함께 보냈다.


    면도를 안해서 시커멓다. 왼쪽부터 9학년 세짐, 7학년 아이다넥, 10학년 아지나. 아이다넥과 아지나는 자매다. 세짐은 3번학교, 자매는 1번학교에 다니고 있어 사실 별 인연이 없는데 동기가 소개시켜준 덕분에 지금까지 인연을 이여나가고 있는 중. 아침에 늦잠자고 싶어서 귀찮다가도 막상 수업을 하면 그래도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 보다는 훨씬 보람있는 세 아이들이다. 세짐은 빅뱅, 그중에서도 탑의 팬이고 아이다넥은 방탄소년단의 팬이란다. 수업하는 장소가 부엌의 식탁이라 배경이 썩 깨끗하지만은 않다는게 함정.

    어쨌거나 이 아이들에게만이라도 한국어가, 한국이라는 나라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좋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남은 기간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까지 최대한 많은 걸 알려주고 가고 싶다.



    생활.

    한 마디로 말해서 의욕없음의 연속이다. 수업과 생활을 분리해서 쓰고 있지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유일한 일이 두 시간의 방과후 수업인지라 수업의 성패가 생활에도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지난 주는 지지난주와 비슷했으나, 가장 못하는 반의 아이들이 통째로 결석을 해 버렸고, 그 외에도 대체적으로 맥빠지는 일들이 많았다. 그런 수업을 하고 돌아오면 마음도 지치고, 기분도 쳐지고... 게다가 날씨는 꽤나 호되게 추워진데다 잔뜩 흐리고 비가 오고 안개가 끼고... 생활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사무실에서 가져온 짜장면이며, 쫄면이며, 떡볶이 같은 것들을 해 먹으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중. 이제는 사실 먹을만한 음식도, 해 먹을 수 있는 재료도 거의 없어서 음식이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하다 못해 맛있는 소고기라도, 아니면 신선한 닭고기라도, 그저 먹을만한 냉동 삼겹살이라도 있었으면 식생활은 훨씬 윤택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정말로 그 셋중 하나도 존재하지를 않는다. 소는 방목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돼지는 이슬람 국가니까 구하기 힘들다고 친다 해도 대체 왜 닭마저 맛이 없는가. 생닭은 찾아볼 수 조차 없고 온통 냉동실에 들어 있는 냉동 닭들 뿐인데, 아마도 늙은 닭을, 여러번 냉동 해동을 거쳐서 보관하다 보니 닭에서조차 비린내 + 누린내가 심하게 나서 먹기가 싫을 지경이다. 대체 이 지역의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는 걸까. 그나마 수도에는 괜찮은 돼지고기도, 적당한 해산물까지도 구할 수 있어서 식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을텐데 여기는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식재료가 없다. 심지어 가공육도 종류만 많을 뿐 참 먹기 싫은 맛들 뿐. 하아.

    내일부터는 그나마 날씨가 좀 풀리고 맑을 것 같으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왜 쉬는지 모르겠지만 또 일주일 방학이다. 뒤 돌아 보면 그래도 수업이 시작하면서부터는 꽤나 열심히 달려 왔다. 어떤 끝이 나던지 간에 그냥 해보고, 아니면 말고.



    + 수업이 끝나고 나면 한국어 수업용으로 만든 자료를 공개해버릴까 생각중이다. 어차피 나도 다른 교재를 참고해서 만든 것이지만 가르쳐 보니 내가 만들었지만 그렇게까지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정상적인 국어 교육을 마친 한국인이라면 아무 것도 모르는 외국인에게 글자부터 시작하여 간단한 의사소통까지는 가르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물론 비전공자의 자료이기 때문에 어설플 수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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