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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돈내산 맛집] 합정역 은하루
    내돈내산맛집 2022. 12. 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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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중국집이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내게는 합정의 플로리다 반점이 없어지는 것이 참 슬펐다. 개인적으로는 거기 탕수육이 서울에서는 제일 맛있었다. 옛날식 소스에 볶아서 나오는 바삭한 탕수육, 그것 참 귀한 것이었는데. 왜 모든 것은 사라지고 나서야 그 귀함을 깨닫는가. 여전히 종종 인스타를 들여다 보지만 아직 오픈 소식이 없는 것도 슬픈 일.

     

    플로리다반점(@floridachina)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그러다 합정동 플로리다 반점 그 자리에 새로운 중국집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오? 플로리다 반점 부활? 했는데 자세히 보니 은하루란다. 사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묘한 거부감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중국집 자리에, 그 중국집도 아니고 다른 중국집이, 거의 비슷해보이게 들어왔다? 좋은 생각을 가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 그러나 또 찾아본 음식 때깔은 좋은 편이어서 가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찰나, 하필이면 일요일이 또 정기 휴무일이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던 차에 아는 선생님의 청첩장 모임 장소를 찾다 보니 마침 딱! 여기가 적합해서 청첩장 모임 차 (반쯤은 사심을 담아서) 와보게 되었다.

     

    로드뷰 너무 좋은 것. 소소하게나마 주차공간도 있는, 주택을 개조한 공간.

    정말 이전 플로리다반점의 가게 레이아웃과 똑같다. 사실 저 공간을 다 때려 고치기도 힘들테니 그것은 인정, 중요한건 음식 맛이겠고. 참고로 저 창밖이 보이는 자리가 이 식당의 나름 명당이다.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기에 나쁘지 않다. 어쨌거나 우리는 총 4인으로, 이것저것 시켜보았다.

     

    산동식 닭고기 냉채.

    그리고 첫 음식으로 나온 것, 산동식 닭고기 냉채. 이 음식을 먹고 촉이 왔다. 아, 여기 심상치 않다. 이 터에는 뭔가 있구나. 아삭한 오이, 촉촉하고 산뜻한 닭고기, 진하지만 깔끔한 소스, 그리고 고수. 진짜 입에 착착 붙는 것이, 고수를 잘 먹지 못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되었다. 일일 한정 메뉴이니 있다면 꼭 시키시길 추천드린다.

     

    흑후추 가지튀김.

    그리고 이 요리, 아, 기존에 품었던 의심도 무너뜨린다. 도대체 중국 요리의 가지는 왜이리 맛있는거야? 심지어 은하루의 가지튀김은 흑후추 소스가 버무러져 정말 알싸한 향이 기가 막히다. 심지어 가격도 12000원이라니 너무 착한 것이야. 이건 다음에 친구들과 와서 맥주를 들이켜야 할 맛이라고 생각했다.

     

    탕수육.

    탕수육은 도톰한 고기를 겉바속촉의 정석으로 튀겨내어 소스를 따로 낸 좋은 스타일. 탕수육 자체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으나, 탕수육만은 이전 플로리다 반점이 그리워지는 맛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플로리다 반점의 볶먹 탕수육.

    탕수육은 이게 찐이라고... 부먹찍먹 모두 눈물을 흘리며 대통합할 맛이었다고...

     

    칠리 새우.

    그렇다고 언제까지 없어진 곳을 추억할 수는 없는 노릇. 칠리 새우는 정말 통통하니 살이 꽉 찬 새우의 맛이 좋았고, 칠리 소스는 말해 뭐해. 누룽지를 곁들여 소스와 함께 먹으면 그냥 이게 행복이지 뭐겠어 싶은 맛이다.

     

    짬뽕 반그릇.

    식사를 다 시키기는 많이 먹었기에 반씩 나눠서 가능하냐고 물으니 친절하게 반씩 나눠주셨다. 나는 짬뽕. 아, 이 짬뽕도 예사롭지 않다. 저 양파를 스치고 간 불의 흔적이 보이는가? 진하고 싶은 국물은 해산물, 돼지고기가 섞여 구수하고 깊은 맛을 냈다.

     

    정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물론 탕수육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잠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순간을 언제까지 추억할 수는 없는 노릇인 법. 새로이 생긴 은하루도 또 꽤나 굉장한 수준을 자랑하는 맛집이었다는 점에 위안을 얻어야지. 특히 산동식 닭고기 냉채와 흑후추 가지튀김은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이건 친구들과 함께 와서 전 메뉴를 제패해야 속이 풀릴 것 같은 맛이다.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재방문해서 여러 메뉴를 섭렵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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