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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2, 출발, 그리고 홈스테이?!
    코이카 2015. 4. 1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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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키르기즈로 오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직항은 에어비쉬켁이 여러가지 이유로 사라졌다고 하고, 가장 가까운 방법은 에어 아스타나를 이용하여 카자흐스탄을 경유하여 비쉬켁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가깝다고 해도 대기시간 포함 약 9시간이 걸리는 장거리이며, 마일리지 적립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여하튼, 공항에서의 아쉬운 작별을 뒤로하고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마음을 다잡고 비행기를 타고 키르기즈로 향했다.

    저 멀리 천산산맥이 보인다. 참 신비롭지만 적응하기 힘든 풍경인데, 비쉬켁 시내에서도 멀리 만년설이 쌓인 산이 보이니 더욱 꿈 속에 있는것만 같다. 연착 30분여를 포함하여 비쉬켁 공항에 도착하니 약 오후 8시경. 놀랍게도 공항인데 비행기가 없다! 정말로 비행기가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 이외에 단 한 대 밖에 없는 이색적인 풍경을 보고 나와 간단한 환영행사를 가지고 호텔로 도착하니 도착한 하루는 정신 없이 지나가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정말 강렬한 햇빛에 눈을 떴다. 이곳도 봄-여름으로 넘어가는 중인지라 날씨가 약간은 변덕스러운데, 어젯밤에 비가 와서 그랬는지 날이 정말 맑았다. 햇빛이 강렬한만큼 따가워서 선크림은 필수일 듯 싶었다. 그늘은 썰렁한 온도라 역시나 경험해보지 못한 기후라는게 느껴졌다. 사실 유럽도 비슷한 기후를 가진 경우가 많았을텐데 왜 한번도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는고 생각해보니, 이 시기에 다른 나라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난 내가 그토록 원하던 '4월의 해외여행'을 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현지적응교육을 시작하기 앞서 여러가지 안내사항을 듣고, 소장님과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휴대폰을 개통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도 사실은 딱히 외국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는 않았는데, 주변에 한국 사람들이 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한국과 여전히 밀접한 연락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듯 싶다. 세계화의 힘은 참 위대하다 싶다가도 오히려 적응이 좀 더 느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현지적응교육 동안 홈스테이로 일정을 진행한다는 것... 아, 30살이나 되어서 홈스테이를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난 다른 사람의 집에 가는 것을 그리 즐기지를 않는 성격으로 홈스테이는 정말 꿈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이게 웬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시간은 흘러 일과를 마무리하고 저녁을 먹으러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호텔에서 같이 간 단원들과 함께!) 나와서 거리를 걸으니 수도는 특별한 이질감 없이 사람 사는 동네였다. 마트도 있고, 백화점도 있고, 사람들도 차들도 많기 때문에 수도에 사는 단원들은 크게 불편함 없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바 있다. 어렵사리 현지 교관에게서 추천 받은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메뉴판은 온통 러시아어, 종업원은 당연히 영어를 못하는 예상 가능한, 그러나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 그래도 꾸역꾸역 시키고 나니 나름 키르기즈 음식의 대표적인 몇가지를 시켜 먹을 수 있었다. 음식은 입에 잘 맞는다.

     우리나라의 지방 중소도시 읍내정도는 된다. 물론 사람은 그보다 많다.

    주식쯤 되는 리표쉬까와 차이. 리표쉬까는 밀가루, 소금, 물만으로 만든다는데 금방 구운 것은 따끈하니 맛있지만 식으면 뻑뻑하다. 차는 홍차, 녹차가 있는데 주로 설탕과 잼을 넣어서 먹는다. 물론 그냥 마셔도 괜찮고.

     볶음밥쯤 되는 쁠로하와, 여전히 이름을 잘 모르겠는 국수. 국수가 정말 쫀득하니 맛있다. 국물은 토마토 수프를 생각나게 하는데, 감칠맛도 나면서 깊은 맛. 조미료... 와 비슷한데 솔직히 구분하지는 못하겠다. 이 외에 샤슬릭도 먹었는데 사진에는 나오지 않은 모양. 1인분의 양이 많고 기름진 음식이 많아서 다 먹고 나니 부대낀다.

    최후의 만찬같은 식사를 하고 드디어 이 글을 쓰는 당일. 나는 지금 홈스테이 하는 집 내 방에서 블로그를 하고 있다. 뭐... 내 집 떠나서 편하길 바라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만 생각보다 불편한 점도 있고, 생각보다는 편한 점도 있다. 주인아주머니는 의사로, 키르기즈어에 능통하시고 몇 번의 홈스테이 경험이 있으셔서인지 굉장히 열정적으로 키르기즈어를 설명해 주시며 말을 걸어주신다. 다행이도 딸이 영어를 잘 하는 편이라 나름의 통역 역할을 해주고 있어서 당분간은 많은 신세를 져야 할 듯. 방은 좁고, 생활은 편하지는 않을 듯 하지만 현지어는 빨리 늘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두 달은 꽤나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말을 많이 해봐야지.

    이 정도면 됐다. 잘 살아 보자.

    어학원까지의 거리가 가장 멀어서 조금 고생할 것도 같지만, 어차피 고생하려고 찾아온 길이다. 지금까지 정도라면 생각한 고생에 비하면 그렇게 큰 고생도 아니지 뭐.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고, 대체로 그렇듯이 사람 사는 곳에서는 나도 살 수 있다.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은가.

    + 여자친구의 생일이 오늘이다. 충분히 축하를 해주고 왔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 건강하게 만나서 생일 축하를 직접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릴게.

    ++ 멘탈관리를 위해 1 포스팅 3 감사를 써보려고 한다. 국내교육에서 배운 멘탈 관리법(?)인데 1일 3감사를 직접 써보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사할 일이 있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삶으로 변화한다는 것. 나처럼 비관에 찌든 인간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긍정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있는데,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싶다. (그치만 직접 포스팅에 쓰는 것은 부끄러우니까 댓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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