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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3, 첫 일요일. 첫 나들이.
    코이카 2015. 4. 2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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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일요일을 맞이했다. 이곳의 주말은 한국과 비슷한지, 홈스테이 가족들은 대부분 늦잠을 잤다. 다들 10시쯤에 기상하여 10시 반쯤 아침을 먹었으니 상당히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은 대동소이했다. 물론 햇빛이 강렬하게 들이침 + 12시쯤 취침하여 이미 충분한 수면을 취함이라는 악조건에 8시 30분쯤 일어난 나는 그저 침대에서 뒹굴뒹굴. 주말은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수 밖에.

    아침을 먹고 아주머니와 함께 집 근처에 열린다는 시장을 함께 가 보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같은 느낌인데 아침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어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농산물의 가격은 상당히 싼 편인데, 싼 만큼 거의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여 혼자 사는 사람은 좀 불편하지 싶었다. 공산품은 이곳도 비싼 편인데, LG 생활건강의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와 있고 꽤나 인기를 끄는 모양이었다. 참고로 홈스테이 집 사람들은 한국 제품들을 애용하고 있다.

     

    대충 이런 모습으로 판매하는데, 토마토와 오이는 어디든 빠지지 않고 판매한다. 그리고 채소들의 맛이 진한 편.

    아침을 먹은 후에는 각각 뿔뿔이 각자의 홈스테이로 흩어진 동기들을 만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비쉬켁 시내에서도 유명한 쇼핑몰이라는 '비쉬켁 파크' 대중교통 이용은 처음이기에 아주머니께서 미니버스를 태워주셨다. 이곳의 대중교통은 우리나라의 시내버스같은 오토버스, 미니버스인 마르쉬룻카, 그리고 전선에 연결되어 다니는 트랄레이부스가 있는데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미니버스를 타고 다닌다. 가격은 10솜으로 우리돈 약 200원. 시내 구석구석을 잘 연결하고 있고, 아무데서나 서고, 아무데서나 내리는 편리함도 가지고 있단다. 물론 나같은 초보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지만. 주의할 점은, 모든 현지인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혼잡한 미니버스 안에서는 소매치기가 빈번히 일어나는 모양으로, 가방을 꼭 끌어안고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타는 것이 좋다는 교육을 몇번이나 받았다. 그 외에는 한국에서의 대중교통 탑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170번 버스를 타고 비쉬켁파크로 도착하니 이곳은 무언가 롯데월드 + 타임스퀘어를 한 10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해놓은 느낌. 그래도 이곳이 키르기즈에서는 가장 핫플레이스란다. 여러 의류 브랜드가 입점해있고, 식품도 있고, 고급 슈퍼마켓도 있으니 그러려니 싶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홈스테이 가족들은 이곳이 비싸고 별로 질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듯.

     사진으로 보면 뭔가 굉장한 규모같지만 아이스링크의 아이들과 대충 비율을 생각해 보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듯. 여튼 꽤나 크고 화려한 상점이다.

     핀은 나갔지만 뭐...

    터키 음식. 여기는 가격이 바싸고 맛이 없는 편이라 했지만 나름 맛있게 잘 먹었다. 터키 음식점이 많다.

    식사를 하고 한국인이 하고 있다는 '시에라 커피'를 가서 가볍게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키르기즈의 '카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식 카페가 아니라 '카페테리아'를 의미하고, 이 곳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카페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다. 커피값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인데 우리나라 가격에 비추어 생각하면 뭐... 그래도 역시 현지인보다는 공부하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비율이 높다.

     

     이런 느낌. 우리나라의 카페와 비슷하고, 담배를 아무데서나 필 수 있는 일반적인 키르기즈의 카페나 식당과 달리 금연이다. 외국인의 비중이 상당히 높고, 와이파이가 정말 잘 되어 있어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패드를 들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아이스커피 한잔. 100솜이니 우리나라돈으로 약 2000원이 못되는 돈. 물론 커피 맛은 정말 없다.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실 어제를 생각해보면 참 우울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경, 갑자기 시작된 홈스테이, 그리고 언어는 통하지 않고... 익숙한 환경을 바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이렇게 낯선 환경에 던져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정말 말 그대로 집에 가고싶기도 했다. 같이 키르기즈로 온 동기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는 이런 상황을 '가택연금'같다고 표현했으며, 만나서 얘기해보니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 듯 했다. 그렇지만 고작 하루 지났고, 이렇게 나름 익숙한 환경에 들어와 있으니 무언가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을 느꼈다. 잘 몰랐지만 그래도 꽤 많이 의지하고 있었던 모양. 물론 봉사는 결국 '내려놓기'에 달려있겠지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많기에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힘든 외국생활 사이에 찾아오는 이런 잠깐의 행복정도는 괜찮잖아?

    집으로 들어가기 전 내일부터 언어를 배우게 될 '런던 스쿨'에 들러보기로 했다. 걸어서 약 50분 거리에 있는 런던스쿨로 가는 길에 키르기즈 중앙을 관통하는 에르킨디크 공원거리를 지나왔다. 역시나 이곳도 평화, 그리고 행복. 인간은 참 단순한 이유로도 행복해진다. 암, 그렇고 말고

     

     유럽의 어딘가를 생각나게 하는 공원. 평화롭다. 그리고 여유롭다.

     이 경직된 포즈는 언제나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함께 고생하는 동기단원들. 초상권 보호 빡!

    그렇게 한나절을 보내고 집에 들어오니, 앞으로도 부침은 있겠지만 어떻게든 인간은 적응해 나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좀 더 연착륙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겠으나... 뭐 이미 지난 일이고, 다음 기수를 위한 건의 정도는 내가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분명 더 좋은 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내일부터 시작될 언어 교습이 걱정이 되는 한 편 기대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그래도 무작정 홈스테이에 던지지 말고 조금 여유있게 언어를 배우고 홈스테이를 한다면 더욱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 그나마 나는 영어를 잘 하는 딸내미가 있어서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영어로 대화가 불가능한 집안의 경우에는 거의 몸짓 발짓 사전을 동원하여 어려운 의사소통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다. 봉사는 힘든 것이니 감수할 것은 감수해야겠지만, 분명히 개선할 수 있는 사항들이라면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 수도인 비쉬켁과 여행객들이 많이 온다는 이식쿨 호수는 러시아어를 주로 쓰고 심지어 키르기즈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반면 내가 가게 될 탈라스나 제 2의 도시인 오쉬지역 등 지방도시는 여전히 키르기즈어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 듯. 한 나라인데도 언어가 통일이 되지 않는 경우는 처음 겪는지라 어렵지만 흥미롭다. 과연 러시아어만 사용하는 키르기즈인과 키르기즈어만 사용하는 키르기즈인 사이에는 어떤 감정의 차이가 존재할까?

    +++ 고도가 높아서인지 햇빛이 정말 '따갑다'. 그래서 선크림과 선글라스는 거의 필수에 가까운 느낌. 그리고 여자들이 옷을 굉장히 화려하게 입고 다닌다. 여름이 되면 더욱 심하다고 하는데... 남자들은 그에 비해 트레이닝복 차림이 굉장히 많고, 주로 무채색 일색이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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