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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8, 5월 초, 연휴 풍경.
    코이카 2015. 5. 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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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은 한국에서도 근로자의 날이지만 이곳에서도 노동절로 꽤나 큰 휴일에 속한다. 당연히 학원이 놀기 때문에 나도 놀게 되었지만, 딱히 프로그램도 없고 있던 프로그램이었던 식목활동도 취소된 관계로 여기저기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원래 계획은 영어판 어벤저스2를 보는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영어판 어벤저스는 모두 내린 상태. 구소련 국가들에서 헐리웃 영화는 대체로 아예 '풀 더빙'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란다. 어벤저스는 아쉽지만 뒤로 하고, 분노의 질주 7이라도 봤는데 역시나 알아듣는 러시아어라고는 '스파씨바'와 '빠잘루스타'밖에 없었음에도 내용 이해에는 큰 지장은 없었다. 물론 한국 자막으로 다시 볼 계획이긴 하지만.

    어쨌건 이번 연휴의 주된 일정은 시장 구경. 키르기즈스탄은 구소련 독립국가 중 가장 빠르게 민주-자본주의화를 겪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개방적인 국가로서 주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물류센터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시장이 굉장히 발달했다고 한다. 특히나 비쉬켁을 대표하는 두 시장인 오쉬 시장과 도르도이 시장은 우리나라의 동대문 시장, 평화시장과 비슷하며 중앙아시아로 물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고.

    우선은 근처의 오르토사이 시장부터 둘러보기로. 근처에 유명 마트인 베타 스토어 2와 대형 멀티플렉스 꼬스모빠르크 영화관이 있어 접근성이 좋은 시장이다.

     

     

    최근 한국에도 건대 근처에 열었다는 모 시장처럼, 오르토사이 시장의 일부 잡화부분은 컨테이너를 상점으로 하여 여러 컨테이너박스가 모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진을 찍은 곳은 주로 의류와 패션잡화를 파는 곳으로, 동기단원의 우산을 구입하러 들른 곳. 키르기즈스탄에서의 문화충격 중 하나는 우산을 파는 곳이 정~말 없다는 것. 비가 자주 오지 않아서 어지간한 비는 사람들이 다 맞고 다닌다.

     

     

    그리고 안쪽으로 죽 들어오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시장의 모습이 나온다.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바다를 면해있지 않아서 해산물이 적은 것을 빼고는 (그렇지만 냉동 해산물은 있다.) 동 / 서양의 문화가 적절히 혼재되어 동서양의 식재료가 혼재되어 있는 듯. 다양한 향신료, 신선하고 완숙되어 맛이 진한 야채들, 과일들의 색이 이채롭다.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의 주식이라고 하는 (우리 홈스테이에서는 사실 잘 안먹어서 모르겠는데) 리뾰쉬카의 모습. 갖 나온 리뾰쉬까는 맛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버터 등이 함유되지 않아서 딱딱하고 짭짤하여 맛은 그닥인듯.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까 우산을 산 아저씨에게서 추천받은 시장의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메뉴는 라그만이라고 하는 전통 국수.

    면은 우리나라의 칼국수와 일본의 우동의 중간 느낌이다. 두툼하고 쫄깃하며 구수하기까지 하다. 몇 가지 버전의 라그만이 있어 국물에 있는 기본 라그만, 그리고 소스를 따로 볶아서 비벼먹는 라그만, 아예 야끼우동처럼 볶아져 나오는 라그만까지 취향에 맞는 대로 골라먹으면 된다. 볶아져 나오는 라그만이 가장 맛있는 듯.

    다음으로 볼 곳은 오쉬 시장으로, 주요 관광지가 몰려있는 추이 거리에서 바로 갈 수 있어서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좋으며, 규모가 꽤나 큰 편으로 길을 잃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이미 입구부터 거대하다.

     여긴 옆문. 구역별로 엄청나게 다양한 물품들이 있어 하루에 다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

     이건 오르토사이 시장 같기도 하고... 여튼 육류와 육류가공품.

     사는데 꼭 필요한 곡물.

     군것질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빼놓을 수 없는 견과류와 과자들.

     케이크. 위생은 솔직히 좀 의심된다.

     빵. 이런 재래시장 골목을 벗어나면,

     이처럼 생활용품을 파는 구역이 잔뜩 나오고,

    이처럼 의복을 파는 장소도 잔뜩 나온다. 정말 엄청난 규모의 시장으로, 이날 돌아다닌 거리를 어플을 통해 확인해보니 약 24000보를 걸었더라. 재밌었지만 피곤할만도 한 거리. 그래서 우리는 쉬어 가기로 했다. 어디서?

    우리의 마음의 고향 시에라 커피에서! 여러분, 비쉬켁에서 시에라 커피는 사랑입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니 가스가 끊겼다며 뒷마당에서 불을 피워서 음식을 하고 있다. 옮긴 홈스테이 집은 정말 부자집인데, 연휴에 가스가 끊기니 별 수 없었던 듯. 근데 이게 귀찮고 그런 것이 아니라 일종의 리얼리티 쇼 이벤트처럼 재밌고 유쾌했다. 집주인인 주만 바이케(키르기즈어로 아저씨를 말하는 존칭)는 이날 불을 피우고 고기를 볶아서 쁠롭(기름밥, 볶음밥과 비슷한데 기름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야말로 꿀맛 오브 꿀맛.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바라는 전원생활이 이런 모습이 아닐지? 도시와는 가깝고, 가끔 전원의 재미도 느낄 수 있고 뭐 그런. 밥을 10시에 먹어서 다음날 좀 부대꼈던 것조차 추억으로 남겨둔다.

    나머지 하나의 시장인 도르도이 시장은 너무 멀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였다. 다음주에 또 연휴가 있는데 이제는 뭘 할지 조금 걱정이 될 지경. 그래도 쉬는게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인가보다.

    + 프로그램이 없는 건 비쉬켁이 할 일이 없기 때문인 듯 하다. 이곳은 정말 할게 없다! 일단 유목민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구 소련에서 독립해온 국가라 유적지가 없고, 즐길거리가 많다고는 하나 러시아어나 키르어를 잘하지 못하면 할 곳이 없고, 도시 명소라고 해 봐야 도보로 2시간~3시간 정도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에 있다. 자연을 즐기는 것 말고는 볼게 없다는데 자연을 즐기기에는 또 제약이 많은 상태. 오호 통제라.

    ++ 새로 옮긴 홈스테이에서 인터넷이 자유롭지 못한 관계로, 당분간 업데이트는 좀 늦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 시에라 커피에서 와이파이 쓰면서 하면 되지 뭐.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시에라 커피는 사랑입니다.

    +++ 이번 주말 자취를 하는 선배단원 집에 초대를 받아 다녀왔는데, 역시 자취를 시작하면 삶이 조금은 여유있어지리라 생각한다. 남의 집에 얹혀사는게 쉬운 게 아니야. 그런 한편 물가에 대해서도 참 혼란스러운데, 싼 것 같기도 하고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오묘하단 말이지. 여튼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에는 최대한 지출하면서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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