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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돈내산 맛집] 영등포역/타임스퀘어 늘봄 곤드레밥상
    내돈내산맛집 2022. 12. 2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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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김치나 한식이 없어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사실 지금도 딱히 한식 못 먹는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예전처럼 무한으로 양식을 먹거나 배달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부대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요즘 집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것도 김치다. 솔직히 한식 먹으면 속이 편하잖은가? 그래서 예전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렇게 된장국에 집밥을 찾으셨나보다 싶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외식을 하다보면 딱 맛있는 백반은 드물다. 애초에 백반이란건 참 애매한 음식이라서, 어찌보면 너무 올드하고, 어찌보면 너무 허접하고, 어찌보면 너무 어려운 음식이라 그런갑지. 그래서 결국 한식으로 국밥이나 분식집을 찾지만, 이건 또 다른 의미에서 속이 부대끼는 것. 와이프와 운동 후 저녁을 먹고 들어갈 때마다 영등포에서 주로 밥을 먹게 되는데, 영등포도 맛집은 많아도 밥집은 또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발견한 여기, 늘봄 곤드레밥상. 나는 개인적으로 곤드레밥을 좋아하는 편이라 몇번 지나가면서 보기만하다가 들어가 보았다.

     

    이 애매한 위치. 애매한 층수.

    큰 길에서 한 길 들어온 곳에, 이상한 건물에 있고, 심지어 건물도 요상해서 1.5층쯤에 있다. 근데 들어오게 된 이유는 네이버 평점이 무려 4.74점이야. 네이버 별점은 믿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일단 4.5점을 넘어가는 집은 꽤나 맛집 지표로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신세대 입맛도 아닌 집이 4.74? 와 이건 뭐 개쩌는 맛집일 가능성이 있는 곳이다. 기대를 가지고 입장. 들어가니 8시쯤 된 늦은 시간임에도 술마시는 아저씨들이 꽤 있었다. 이것도 맛집의 조건이다. 애매한 시간에 아저씨들이 소주 까면서 정치얘기를 하고 있다, 그건 맛집이지. 이상한 위치의, 이상하게 높은 네이버 평점의, 아저씨들이 서식하는 곳, 여기가 맛집이 아닐 가능성은 과연?

     

    메뉴판.

    이것저것 많이 팔지만 이거 완전 아재픽이다. 곤드레밥과 제육볶음을 하나씩 주문. 쌀, 김치, 돼지고기 모두 국내산인데 가격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맛집의 증표1.

    이러면 곤드레만 먹어도 무병장수 할 수 있을지도. 일단 맛집 느낌 추가.

     

    맛집의 증표2.

    심지어 보리차. ㅋㅋㅋ 여기가 맛집이 아닐 수 없다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

     

    맛집의 증표3.

    정갈한 밑반찬. 파래 초무침 오랜만에 본다. 놀라운건 반찬들이 하나하나 기가 막히다는 점. 김치가 좀 놀랐는데 사오신건지 직접 한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대충 낸 느낌이 아니라 맛이 제대로 든 것이 너무 맛있는 김치였다. 이 반찬만으로도 밥 한공기는 뚝딱 할 수 있을 맛.

     

    곤드레(만드레)

    캬 곤드레밥. 양이 꽤 된다. 집에선 140g 한공기를 재서 먹는데 여기는 체감상 300g은 되는 양. 근데 곤드레밥은 늘 그렇듯 저것 뚝딱 먹고 반공기는 더 먹을 수 있다.

     

    제육볶음.

    와, 제육볶음 때깔이 곱다. 그리고 고기도 너무 맛있어. 이거야말로 맛있는 백반집 제육볶음의 표본이다. 고기 함량도 꽤 높은 편.

     

    된장찌개.

    된장찌개는 허투루 낼만도 한데, 이거 심지어 우렁된장이더라. 여기 뭐야?

     

    마른 김과 양념장.

    곤드레밥을 양념간장에 슥슥 비벼서 김을 싸먹으면 이거야말로 한국인임을 즐기게 되는 맛. 거기에 제육, 밑반찬, 된장찌개에 휘몰아치는 공격 속에 곤드레밥은 속절없이 무너져내리고 만다. 제육에는 공기밥이 나왔는데 결국 많네 어쩌네 하지만 된장찌개에 따라나온 공기밥도 클리어. 솔직히 건강 생각 안하고 살도 안쪘더라면 공기밥 하나 더 때려먹고 나올뻔 했다. 왜 이런 곳을 이제야 알게 된걸까?

     

    뭐, 한국인으로 태어났으니 한식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점점 한식을 찾는 나를 볼 때마다 이제 진짜 나이먹는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맛집은 솔직히 MZ고 어린이고 모두 좋아하지 않나? 여하튼 영등포에서 깔끔한 밥먹으려면 앞으로는 여기다. 이런데서 먹는 삼겹살이 진짜 찐 힙감성인데 언제 한번 와서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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