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내돈내산 맛집] 여의도 진주집
    내돈내산맛집 2023. 6. 2. 11:13
    반응형

    콩국수, 참 희안한 음식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콩국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어릴 적에는 싫어하기까지 했으니까. 일단 콩국의 식감, 맛 자체가 아동 입맛에 친화적인 것은 분명히 아니잖은가? 거기에 흔히 올리는 오이 고명, 애매모호한 간, 소금인지 설탕인지 정해져 있지도 않은 미묘함까지 더해지면 좋아하기도 쉽지 않은 음식인거라. 근데 신기하게도 어느새 여름이면 콩국수가 종종 생각나게 되었다. 아마 콩국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사 먹은 것이 현대고 다니던 시절 가로수길 현대옥에서 먹은거였을텐데, 현대옥이 콩나물국밥 전문점임에도 불구하고 그 콩국수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콩 비린내가 콩 고소함으로, 닝닝한 맛이 슴슴한 맛으로, 소금과 설탕의 모호함이 소금과 설탕의 자유로 인식되기 시작했던 것. 그렇다고 자주 먹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쯤은 콩국수를 찾아 먹게 된다.
     
    한편 주로 콩국수는 중국음식점에서 여름 특선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친구들과 중국음식을 먹으러 갔을 때 콩국수가 있으면 시켜 먹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중국집의 콩국수는 짜장면과 비슷한 면발에, 상대적으로 연한 콩국을 부어주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춰 단무지와 먹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콩국수 전문점의 국수 맛은 어떨지가 궁금해졌다. 마침 점심시간의 여유가 있어 무얼 먹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여의도에 진주집이 콩국수로 유명하다는 말을 들어서 가보게 되었다.
     

    스뎅그릇.

    진주집은 여의도백화점 지하 1층에 위치하고 있는데, 진짜 규모가 무지막지하게 크다. 거의 그 넓은 지하 식당가의 1/4은 차지하고 있는 느낌. 거기다가 자리도 많고, 안내하시는 분도 많고. 피크타임에는 대기도 있다는데 나는 1시 30분쯤 방문하여 대기 없이 먹을 수 있었다. 자리는 거의 다 차있었고. 콩국수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도중에 주전자에서 스뎅그릇에 물을 따라 마셨다. 주전자길래 보리차이길 기대했는데 그런건 없고 그냥 맹물.
     

    콩국수. 14000원.

    콩국수 등장. 가져오시면서 바로 잘라주신다. 일단 보기에도 콩국이 엄청 진하고, 입자가 곱다. 중국집의 콩국수와는 시각적으로도 아예 다른 느낌. 면은 적당한 굵기의 중면인데 꽤 탄력이 있었고, 얼음 동동 뜬 콩국을 좋아하는 나에게 온도는 좀 더 차가웠어도 좋을 것 같았다.
     

    풀어헤치면 이런 느낌.

    일단 간은 심심한 편. 테이블에 소금이 없어서 어느 정도 먹다가 소금을 따로 청해서 더해 먹으니 간이 괜찮았다. 국물이 정말 무슨 크림을 먹듯이 진한 편이고, 콩 비린내는 없었다. 콩을 삶아서 갈아낸 것에 더해 콩가루 맛이 좀 나는 것 같은데 이건 확실치는 않다. 어쨌든 꽤 밀도 있는 맛의 콩국수로, 아, 이런게 전문점이구나, 싶은 맛이었달지. 콩국수를 싫어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콩국수라고 생각했다.
     

    핵심은 이 김치.

    콩국수보다 더 놀란 것은 이 김치였는데 김치가 정말 맛있었다. 사실상 보쌈김치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시원하고 달콤하고 아삭아삭하니 정말 좋은 반찬이었던 듯? 아마 콩국수 자체의 간이 부족한 것도 이 김치와 어우러지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생각은 해 본다. 김치는 딱 한그릇 어우러져 먹을 만큼의 양이 나온다. 더 달라고 해야 할 지 고민이었는데 싹 먹을 수 있었다. 아마 보쌈에 이 김치를 먹어도 정말 기가 막힐 것 같은 맛.
     

    완-식.

    잘 먹었습니다. 한 끼로 부족함이 없는 맛이었다.
     
    근데 다 먹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콩국수가 14000원의 가치가 있는가? 물가가 아무리 올랐다지만 국수 한 그릇에 14000원이 맞는가? 일반적인 중국집 콩국수가 7000~9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자면 거의 2배 가까운 가격인데, 맛있는 김치를 더하더라도 14000원이 타당한가? 개별적인 맛의 비교를 하자면 당연히 중국집에 비해 진주집의 콩국수 맛이 몇 단계는 높은 맛인 것은 맞다. 근데 가격이 두 배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번 경험한 것으로 충분하고, 또 콩국수가 땡긴다면 근처 어디든 적당한 가격의 곳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거나 여름맞이로 맛있는 콩국수를 먹은 것은 사실이었으니 충분히 만족한 식사였다. 혹시 또 오게 된다면 비빔국수가 맛있다니 비빔국수를 먹어봐야겠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