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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37. 8월 31일을 돌아보기.
    코이카 2015. 9. 1.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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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마지막 날이다. 꾸준히 얘기해왔던 그 '9월'이 눈 앞에 와 있다. 나란 인간은 참으로 무서운 습관성 인간인지라, 그렇게 9월을 바라 마지않았고, 무언가 일을 하기를 고대해 왔지만 막상 9월이 오고 내일 당장 출근을 해서 답이 보이지 않는 수렁을 헤치고 들어갈 생각을 하니 일단 숨이 막힌다. 그리고 한 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이 생활도 나름 편하고 좋지 않은가. 실컷 남 탓이나 하면서 어쨌거나 남의 돈으로 적당히 놀고 먹으며 편하게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는 건데 말이야.' 세상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정말 진리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억지로 늘어지려는 몸을 일으켜세워 흩어진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해본다.

    올해 8월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8월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기사 군대 입대해서 8월도 괴로웠지만, 그때는 하루하루 무엇이 닥칠 지 모른다는 불안 (혹은 그 속에 내재된 희망) 이 있었기에 살아낼 수 있었다. 이번 8월이 괴로웠던 가장 큰 이유는 내일의 불안이 전혀 없는, 따라서 그 속에 내재된 희망조차 없는 생활이 지난 6월부터 반복되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스트레스가 겹친 탓인지 장염이 심하게 왔고, 아마도 그 장염의 탓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탓인지 요도염까지 찾아오고 말았다. 먹는 약, 주사에 좌약까지 온 몸에 항생제 폭격을 맞고 있으려니 기분탓이겠지만 몽롱하고 기운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집안에 여러 가지 큰 변화들이 찾아왔는데, 첫 번째는 아버지의 승진, 두 번째는 어머니의 명예 퇴직이었다. 두 변화 모두 나에게는 나름의 굉장한 심적 충격이었다. 아버지께서 승진하시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내가 현재 이렇게 잉여롭게 살아도 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었고, 어머니께서 명예 퇴직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결혼하기 전에 같이 여행이라도 다니면서 무언가 추억이라도 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 부모님의 영향을 떨치고 제 발로 혼자 선다는 것이 천방지축 날뛰는 것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어쩌면 내가 따라 걷고 싶었던 그 길은 당신들의 길이었을지 모르겠다고. 몸의 아픔, 그리고 감정적 동요가 뒤섞여 휘몰아치는 폭풍같은 8월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결론은 나진 않았지만.

    문득 이 8월 31일, 지난 시절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져 싸이월드를 찾아보았다. 싸이월드는 열어볼 때 마다 묘한 감각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2004년부터의 내 자잘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정리된 도서관을 보는 느낌이랄까. 우선 다이어리를 지난 8월 31일자로 돌려보니, 대부분의 글들이 대학을 다니던 시절 개학 전날의 생각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난 아마도 2010년 8월 31일, 자전거를 타고 밤새 달렸던 모양이다. 이 발자취를 따라 자전거 일기로 향했다.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그 기록을 글로 남기던 시절의 일기장, 2010년 8월 31일자 일기가 있었다. 그리 길지 않으니 전문을 옮긴다.



    방학의 끝을 장식하고자, 2달에 걸친 장대한 잉여질을 그나마 조금 덜 잉여스러운 일로 희석하고자 계획했던 밤새서 자전거 타기. 꽤나 야심찬 계획임에는 틀림없었다. 서울의 서남쪽 끝인 구로구에서 서울의 동북쪽 끝인 중랑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거다. 낮에는 더우니까 밤에, 밤을 새워서. 내가 한시간에 13km정도를 밟을 수 있으니까 왕복 6시간 정도면 갔다올 수 있을거야. 시간과 계획이 정해지고, 마침 방학의 마지막 새벽, 비도 오지 않는 완벽한 날씨. 그 외의 문제는 간단했다. 자전거는 단순하니까. 페달을 밟으면 가고, 힘들면 쉬면 된다. 메신저백에 자물쇠, 수건, 얼음물 한병, 바람막이, 지갑을 넣고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안양천을 지나 여의도를 거쳐 마포대교를 건너자 그곳부터는 한번도 다녀보지 못한 길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밤에 야경을 보며 넓은 한강을 달리는 것.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갈 길은 멀었지만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잘 정비되어 있어서, 더군다나 늦은 밤이라 사람이 없어서 그야말로 유유자적하게 슬슬 나갈 수 있었다. 심지어는 한강 자전거도로 근처에는 편의점도 무척이나 많다. 포카리 두병과 영양바 하나를 사서 계속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문제는 참으로 단순해진다. 땅과 맞닿아있는 부분은 자전거 타이어의 두 점, 페달을 밟아주지 않으면 중심을 유지할 수 없고, 앞을 보지 않으면 넘어진다.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보고, 페달을 밟는다. 귀에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심야의 라디오가 흘러나오고 강 건너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아련하다. 중간에 비가 좀 오긴 했지만 나름대로는 시원하고 촉촉하고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중랑천에 접어들었다. 조금씩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리는 뻑뻑해져오고, 무엇보다도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대체 자전거 안장은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걸까? 오히려 문제는 더욱 더 단순해졌다. 그냥 가는거지 뭐. 페달을 왼쪽, 오른쪽 번갈아 밟으며 얼마를 갔을까. 더 이상 눈 앞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었다. 여기가 중랑천의 끝이다. 자전거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엔...

     

     


    뻥이야.

    ... 라고 써져 있었으면 열받았겠지. 여기까지는 훼이크다. 아 슈ㅣ밤. 그래. 저 위에서처럼 청춘의 땀이 느껴지는 청춘모노드라마가 되길 바랐다. 당연한거 아니냐고. 밤새서 자전거 타기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랑천 못갔다. 지도를 잘못봤어. 원래대로라면 동호대교를 지나서 중랑천으로 접어들어야 하는건데, 내가 지도를 대충 감으로 보고 나와서 다리가 어디서 들어가야 하는지를 몰랐던거라. 그래서 그냥 죽죽 밟았어. 근데 점점 길이 이상해지는거야? 어째 건물도 점점 없어지고, 사람도 점점 안보이고, 진짜 길에 나 혼자밖에 없더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갑자기 서울을 벗어나는 표지판이 나타났어. 안녕히 가십시오. 서울시. 어서 오십시오. 구리시. 엥. 구리? 아무리 중랑천이 멀다고 해도 그건 서울 안에 있는거 아님? 뭔가 크게 잘못되어도 잘못되었다고 느꼈지만 좀 더 나가봤지. 근데 거기서부턴 진짜 뭔가 소름도 끼치는게 아니라는 느낌이 팍팍 들었어. 나의 친구 120 다산콜센터와 편의점에서 야간알바하는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아니래... 자전거 거리계를 확인해 봤더니 44km. 아 꽤 왔구나 돌아가자. 기분은 말이 아니고 아싸라비야챠였지만 돌아가기로 했어. 지금 네이버 지도를 확인해보니 광진교를 지나 워커힐호텔도 지나고 태왕사신가 촬영장 근처까지 갔었나봐.

    Aㅏ... 대체 청춘모노드라마가 왜 길잃은 잉여의 로드코미디가 되는거냐. 오는 길에는 목표도 달성 못하고 피로도 누적되고 진짜 말이 아닌 상태로 분노의 페달질만 했다. 그래서 천천히 오다가 문제의 중랑천 갈라지는 지역에서 쉬려고 보니까... 지도를 갈림길보다 한참 구석진 곳에 세워둔거야? 아오... 서울시 매너...

    그래도 그냥 이런 생각을 했다. 고작 한줄기로 나 있는 자전거 도로에서도 이렇게 길을 잃고 헤메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나갈 수 있구나. 생각해보면 그 길이 틀린 길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목표로 한 거리만큼은 대충 다녀왔고, 꼭 어느 목적지를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결국 내 목적은 밤을 새워서 자전거를 타는 거였잖아. 그냥 방황하더라도 끝까지 페달을 밟으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을테고, 만약에 돌아가더라도 중간에 숨겨진 지도라도 발견하게 되면 나중에는 좀 더 쉽고 빠르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쓰고 나니까 그냥 3류 인생지침서에 나올 얘기랑 비슷하긴 한데,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헤메더라도 페달을 멈추지는 말 것. 물론 잉여짓의 끝까지 가볼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그건 페달을 멈춘거니까. 아, 난 이미 가봤나.

    잠수교도 건너보고, 뚝섬유원지에서 커플들이 애정행각을 펼치는 것도 구경하고 (생각해보면 여기서 잘못된걸 깨달았어야 했다. 중랑천을 가는데 뚝섬 유원지가 왜나와!! 크악) 자전거도로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쥐 시체도 보고, 이상한 새들이 밤의 강을 따라서 날아다니는 것도 보고, 강에 떠 있는 부표가 사람 머리인줄 알고 기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고래고래 따라 부르기도 하고, 심야의 강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도 하나 사먹고, 페달을 밟고, 또 밟고, 쉬고나서 밟고, 또 밟고 하다보니 결국 집에 도착했다. 총 6시간 30분, 자전거를 순수하게 탄 시간으로는 5시간 21분 4초의 꽤나 긴 대장정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잠깐 누워있다가 아침을 먹고 잤더니, 2시 30분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솔직히 말해서 다시 해보고 싶다. 이제는 중랑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리가 아픈건 크게 문제가 안되지만 망할 자전거 안장. 엉덩이가 반으로 쪼개지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목적지를 밟지는 못했지만 대강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잘 다녀 왔다.



    문제는 바로 지금의 나에게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잘 들어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 길이 틀린 길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목표로 한 거리만큼은 대충 다녀왔고, 꼭 어느 목적지를 다녀와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결국 내 목적은 밤을 새워서 자전거를 타는 거였잖아. 그냥 방황하더라도 끝까지 페달을 밟으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을테고, 만약에 돌아가더라도 중간에 숨겨진 지도라도 발견하게 되면 나중에는 좀 더 쉽고 빠르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쓰고 나니까 그냥 3류 인생지침서에 나올 얘기랑 비슷하긴 한데,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헤메더라도 페달을 멈추지는 말 것. 물론 잉여짓의 끝까지 가볼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그건 페달을 멈춘거니까.'

    그 후로 싸이를 뒤져가며 여러가지를 읽으며 생각했다. 난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씩 잊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물론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돌아가고 싶다거나 그런 감정은 아니다. 그 시기는 그 시기 나름대로의 고통과 고민이 있었고, 나는 그 시기를 거쳐 온 지금의 나에게 어느 정도는 만족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 시기, 그 이전의 오그라들만큼 치기어린 시기에 가졌던 감성, 환상, 꿈, 희망 같은 것들의 편린과, 그 시기에 알았던 것들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다보면 왜 그 때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을 이렇게나 '완벽하게' 까먹고 있었던 것인지를 자책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글을 읽다 보면 이 글을 내가 썼는지 의심스러운 글들도 가끔 있다. 그 글들을 읽고 나서 따라오는, 달갑지만은 않은 여러가지 기억의 복기를 지나고 나면 몇 년이나 지난 기억도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를 비교하며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더듬어 찾는다.

    글을 읽으며 비슷한 시기와 생각을 공유했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달라진 부분이 더 이상 '환상'을 품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맞는 말인지라 무릎을 쳤다. 사실이 그랬다. 더 이상 환상을 품지 않은 채 몇 년을 살았고, 환상을 품을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왔으며, 지나 온 생활에서 환상을 품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것이 다행이랄까.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기록하지 않은 것은 사라진다'는 것.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름 열심히 살았던 지난 직장에서의 3년은 1년 세세한 기억 몇 가지를 제외하면 그 3년이 마치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처럼밖에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여러가지를 느낄 수 있는 감성의 많은 부분이 퇴화했고, 그렇기에 지나간 일을 복기하기는 점점 힘들어 질 것이다. 아마도 작심삼일을 넘기기 힘들테지만, 자잘한 것들이라도 꾸준히 기록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싸이월드의 방식은 나름 참 좋았는데 말이야.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미디어는 사람 쓰기 나름이니까 지금 쓰는 블로그라도 열심히 써야지.

    난잡한 글이 되었지만, 정리하면 본질은 단순하다. 괴로웠던 8월, 그 교훈을 바탕으로, 그리고 마침 멈춰 서서 과거의 내가 어땠는지를 조용히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의 힘을 벗삼아 조금씩 무언가 바꿔나가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써 놓은 말마따나 방황하더라도 페달을 멈추지 않으면 어딘가에는 도착해 있을 테고, 만약에 돌아가더라도 중간에 숨겨진 지도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다른 길로도 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면에선, 난 이미 숨겨진 지도 비슷한 것들을 찾아 차곡차곡 저장해 놓고 있다.

    9월이다. 여긴 이미 가을 바람이 분지 꽤 되어 이미 썰렁한 기운이 감돌지만, 여름의 끝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떼기엔 더 없이 좋은 시기이다. 생각해보면 난 원래 여름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9월부터는 날씨가 어떻든지간에 공식적으로는 가을 아닌가. 생각할 것, 그리고 페달을 멈추지는 말 것, 충분히 방황할 것. 아주 오랜만에,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 방식은 다르지만 교직에 오래 몸 담으신 부모님께서 나름의 결실을 맺은 것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는 바이다.

    ++ 늘 글만 줄창 써올리니 이거야 원 재미가 있어야지. 아직 감각은 죽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안삼을만한 것은, 이번에 사무소 사진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는 것.

    사실 당연히 1등일줄 알았다. 개인적으로 더 맘에 들었던 사진은 사실 이건데,

    크. 이 메마른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다니, 오호 통제라. 나중에 이 사진은 원본으로 최대한 크게 인쇄해서 집에 걸어둘테다.

    +++ 최근에서야 '상실의 시대'를 다 읽었다. 사실 이미 예전에 읽은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본 책이더라. 아마도 예전에 무라카미 류와 하루키를 시도하던 시절, 무라카미 류에 질려서 읽는 것을 그만두고 읽었다고 착각했던 모양. 어쨌거나 다 읽은 감상은... 여러 모로 한국판 제목 '상실의 시대'가 초월번역이라는 것. (일본판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 아마 누구도, 사람과 사랑의 상실에 대한 감각을 이토록 매끄럽게, 그러면서도 아릿하게 묘사하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든 적이 없었던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정도였으니까, 어떤 경로로든 다시 한 번은 읽게 될 듯. 아, 이 책으로 토론하고 싶다.

    ++++ 이러나 저러나 아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되, 스스로 마음 속으로는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계획을 차근차근 짜고 있다. 나는 나 스스로를 굉장히 적당히 사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혹은 스스로 꾸미고) 있었는데, 오히려 여러가지 일을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게 생각하고 그 이후의 선택지까지 고려하는 인간임을 깨달아서 놀라는 중. 물론 그 생각의 방향이나 뿌리가 대체로 부정적인 방향임은 어쩔 수 없으나, 나는 이런 상황이 된 지금에서도 여전히 '부정의 힘'을 믿으며, '긍정주의보단 부정주의가 결론적으로 더 낫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근거 없는 희망은 독이 되고, 최악을 상정하는 것으로 어떤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 오는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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