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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79. 한국어 수업 5주차.
    코이카 2015. 10. 1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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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받침에 대한 수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간단한 문장을 배우는 한 주였다. 지난 방학 과외를 할 때는 받침을 마치고 나서 바로 '이것은 무엇입니까?'의 문형으로 넘어갔었지만, 여러모로 흥미를 끌기는 어려운 부분이라서 한국어 인사말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가졌다. 인사말 자체는 딱히 가르치고 배우는데 어려운 부분은 아니고 그저 자주 사용하고 암기하면 되는 영역이지만, 문제는 아직도 학생들이 한글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잘 따라 읽는 학생들이 조금 띄엄띄엄이지만 글자를 보고 바로 읽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대다수의 학생들은 여전히 내가 읽어주기 전까지 잘 모른다는 것이 문제. 못 읽는 학생들은 아무리 봐도 전혀 글자를 모르지만 그 학생들은 딱히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질 않았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발음을 알려주고, 한글 음절을 음운단위로 분해해서 이야기 해 주어 익숙하게 만드는 수 밖에는 뾰족한 수는 없는 듯.

    출석은... 이젠 딱히 큰 기대조차 할 수가 없다. 하루는 동기가 수업을 보러 왔는데, 마침 딱 그 수업에 학생이 한 명 왔다. 한명이 오든 두명이 오든 수업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고, 당연히 최선을 다해 한 시간을 수업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난 뒤 밀려오는 허무함과 자괴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차라리 학생들이 가득 있을 때 느끼는 피로감이 훨씬 보람있고 덜 힘든 듯. 이런 일이 그 때 하루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늘상, 수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되어온 일인지라 그 피로는 꽤나 독하게 다가오고 있다.

    더하여 지난 주말에 수도에 간 김에 사무실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가 끝나고 중도귀국을 할 것임을 이야기했다. 예상했던 그대로, 아 그러냐, 알겠다, 정도의 그저 무덤덤한 반응.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대강은 했지 싶다. 지방 단원으로서, 일 없는 단원으로서 느끼는 박탈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고, 우리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복불복으로 이렇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고, 이렇게 수업하려고 직장까지 관두고 온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했으니 대강은 다 하지 않았나 싶은데, 그 말의 여파가 나 스스로에게 생각보다 굉장해서 멘탈을 수습하기가 간단하지가 않다. 이야기 하기 전의 마음 상태가 '야이 빌어먹을 코이카 내가 12월까지 멋지게 해버리고 중도귀국을 깜짝 선고해서 엿을 먹여주마!'에 가까운, 일종의 오기로 버티는 상태였다면, 말하고 나서 그 시큰둥한 반응을 보고 나니 그 오기마저도 사라진 바람빠진 풍선처럼 되어버렸달까. 허무하고, 대체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무엇을 기대했는가 싶기도 하고. 내가 뿌리치고 떠나온 것들에게 면목도 없고, 우울하고.



    생활.

    위에서 이야기 한 사건의 여파로 그저 엉망 진창이다. 주 중반까지는 반기 보고서를 분노의 타이핑으로 작성하느라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이제는 그것도 뭐때문에 그렇게 썼나 싶기도 하고, 독하게 쓴 내용도 다시 적당히 손봐야 할 것 같은데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 더 쓸 이야기가 없다. 왜냐면 오늘은 어제와 같고, 내일은 오늘과 같을테고, 지난주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다만 내 마음이 황폐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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