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공기살인(2022)
    영화 2022. 4. 13. 23:44
    반응형

    공기살인 : 네이버 영화 (naver.com)

     

    공기살인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

    movie.naver.com

    영화는 잘 알려진 실화,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가습기살균제 사건 (naver.com) /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 나무위키 (namu.wiki))을 다룬다.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화학성분으로 야기된 급성 폐질환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는, 실제로는 그 규모가 얼마가 되는지조차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여전히 명쾌한 해결 없이 모두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실화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CGV VIP 시사회에 신청했고, 어쩌다 보니 당첨되어 보러는 갔으나, 사실 마음이 영 개운치는 않은 것도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그것이 86년생인 내가 경험한 현실에 가까울수록 마음을 시리게 한다. 특히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고 한국 현대사에 상흔을 남긴 사건들은 더욱 그렇다. 그 최악의 형태를 나는 '영화 염력'에서 경험한 바 있다. 나는 이 영화가 영화의 배경인 용산참사를 그저 최악의 형태로 소비하고 있다고 느꼈고, 실화가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이 결코 그 사건을 오래 기억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 최선의 형태 역시 경험하였는데, '영화 벌새'가 바로 그것이다. 벌새가 그려내는 1994년의 성수대교 붕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섬세한 측면에서 94년의 공기와 성수대교 참사를 되새길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가 '염력'보다 '벌새'에 가깝기를 희망하며 영화를 보았다. 상업영화의 특성 상 '벌새'같은 독립영화나 다큐영화는 아닐 수 밖에 없기에 그 각색이 지나치지 않기를 바랐다. 스포 없이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사회적 참사를 한 꼭지로 하는 상업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염력'처럼 어딘가 먼 곳으로 가버리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였다. 공기살인은 미스테리의 틀에 법정영화를 섞고 신파를 거쳐 사회고발에 다다르는데, 몇몇 부분이 오락적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특이한 점은 한국 영화 특유의 감정 과잉 - 고함을 치고, 물건을 부수고, 오열하고, 선수가 입장하는 등의 - 이 상당히 억제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분명 중간에 웃음을 유도하는 유쾌한 장면이나, 재미있는 영화적 장치들이 많이 배치된 것으로 미루어보면 오락영화적 요소를 상당히 고려했다고 볼 수 있지만 감정의 과잉이 없어 상당히 마음 편하게, 그러면서도 잔잔한 울림을 유지한 채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물론 특유의 신파 코드나 클리셰들이 분명 거슬리는 부분이 있긴 했다. 그러나 그것들을 잘 활용하여 실화만이 가질 수 있는 묵직함을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직구로 꽂는 부분은 사건을 계속해서 기억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느꼈다. 시사회에 참여한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며 실제 가습기살균제 사용 경험을 떠올리게 되었으니까. 실화와 픽션, 오락과 다큐 사이의 지점에서 잘 자리잡은 영화라고 생각하며 극장을 나섰다. 맑고 쌀쌀한 봄날의 공기가 유독 달고 슬프게 느껴지는 귀가길이었다.

     

    + 나도 어린 시절 가습기살균제를 집에서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에서는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었다. 뚜껑에 덜어서 물통에 부었던 것까지 기억나는 걸 보면 나 또한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서늘해진다.

     

    ++ 아마도 영화의 대부분은 픽션일 것인데, 이후에 어떤 부분이 실화이고 어떤 부분이 픽션인지가 좀 명확하게 구분되면 좋겠다. 사건을 상기시키는 것은 좋으나,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 수 없어 고발의 성격이 좀 약해지는 면이 있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