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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터 (Carter, 2022)
    영화 2022. 8. 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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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터 : 네이버 영화 (naver.com)

     

    카터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된 지 2달.모든 기억을 잃은 채 눈을 뜬 ‘카터’(주원...

    movie.naver.com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 똥믈리에로 불리는 나는 어쩌다보니 망작을 극장에서 꽤나 봤다. 내가 극장에서 봤던 가장 큰 망작은 '리얼'(리얼 : 네이버 영화 (naver.com))이 1번, '송투송'(송 투 송 : 네이버 영화 (naver.com))이 2번이며,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망작이 있으나 여백이 다하여 적지 못하는 것. 그리고 오늘 카터를 봤다. 개인적으로는 액션, 느와르 영화의 큰 팬이며, 대체로 액션영화는 뭘 봐도 재밌게 보는 편이어서, 그리고 넷플릭스 영화는 어지간하면 집에서 큰 돈 안들이고 편하게 보니 만족하는 편이어서 그냥 별 기대 없이 봤다. 그리고 한 문장으로 이 영화에 대해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새로운 밑바닥이다.

     

    정말 모든 면이 처참하므로 하나씩 분석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망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좀 적어볼란다.

     

    1. 액션씬

     

    영화를 다 보고 감독 정병길이 대체 뭐하는 작자인지 궁금해서 전작을 찾아보니, 나도 꽤 재미있게 봤고, 존윅3에도 영향을 준 '악녀'(악녀 : 네이버 영화 (naver.com))가 있었다. 그제서야 이 난잡한 액션씬이 이해가 되었다. 그는 아마도 악녀의 오토바이 액션 씬에 꽤나 재미를 본 탓인지 그러한 방향의 끝을 보려고 했던 모양이나, 일단 핸드헬드 스타일의 카메라 웍이나 1인칭 스타일의 액션 모두 너무 난잡하고 흔들려서 도대체가 누가 누굴 공격하고 어디서 날아온 무기에 맞아 죽는지를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이런 액션 시퀀스가 너무 길다. 초반부 목욕탕 액션 시퀀스는 시작부터 보는 사람을 문자 그대로 질리게 만드는데, 이런 식이다.

     

    주인공이 옆 건물에서 뛰어내려 창문을 뚫고 떨어짐 > 거대한 목욕탕에 약에 거나하게 취한 나신의 여자들?이 있음 > 거길 지나오면 야쿠자??가 뭔지 모를 외국인을 거꾸로 매달아 고문???하고 있고 주인공과 대화함 >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갑자기 약에 취한 여자가 총을 들고???? 주인공을 위협함????? > 전투가 시작되고 목욕탕의 야쿠자를 처리하고 카메라가 뒤를 비추는데 야쿠자 떼??????가 지켜보고 있음?????? > 모두와의 전투 끝에 유혈이 낭자한 살육극이 끝나고 목욕탕을 탈출하니 야쿠자의 무리가 추가로 달려듦 > 그 건물을 탈출하니 CIA???????와의 전투가 시작됨

     

    그냥 사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썰어 죽이고 잔인하게 처형하는게 액션의 끝이라고 생각해도 이건 과하다. 이런 방식의 액션씬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물론 완급 조절도 있다. 그러나 그 완급 조절도 문제다. '급'이 저렇게 밑도끝도 없는 난잡한 액션씬의 롱테이크라면, '완'은 인물이 그냥 밑도끝도 없이 주절주절 이야기의 '설정'을 읊어댄다. 극의 내용으로 무엇인가를 풀 생각 자체가 없으며, 그냥 액션씬 사이에 미약한 인과성을 인물의 대사로만 풀어대는 셈.

     

    액션 영화에서 액션씬부터가 문제라면 그 영화는 문제가 좀 심각하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 과도한 설정

     

    영화는 설정부터 과도의 끝을 달린다. 스포일러가 있으나 '혹시라도 이 영화에 시간을 들이고픈' 분이 계실까 하여 덮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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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 좀비 바이러스가 발병?하여 남한의 박사가 자신의 딸을 완치시켰고?? 딸내미와 함께 북한으로 넘어가 백신을 만들고자 한다. 카터는 CIA 스파이로 북한에 침투해있다 북한에서 이를 수상히 여겨 한 여자를 붙여주는데 이 여자와 결혼하여 딸을 낳은 인물로, 모종의 이유로 가족과 북한을 탈출하려다 북한의 쿠데타 세력???에 걸려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당해???? 남한 박사의 딸내미를 구출해 와 자신의 딸을 구하려는 주인공이다. 이미 말이 꼬인걸 정리하자면 카터는 북한에 도는 좀비 바이러스를 둘러싼 남, 북, 미의 3자 대결 속에서 멋지게 활약하며 두 딸내미를 구출해내는 영웅 서사인 셈이다.

     

    물론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헷갈리게 하는 방법은 많은 액션 스파이 영화에서 흔히 써먹는 수법으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과 맞물리면 아주 큰 시너지를 내지만... 여긴 그딴게 없다. 심지어 중간중간 인물들이 줄줄 자기의 속내를 다 대사로 읊어버리는 바람에 긴장감도 없다. 그냥 딸내미와 가족을 빼놓은 모두가 적이며, 사실 그냥 게임의 NPC만도 못해서 죽으면 그만인 상황이라 새 인물이 나온다고 딱히 더 궁금해지지도 않는다.

     

    이럴거면 뭐하러 그렇게 많은 설정을 넣는가? 순수하게 액션의 폭풍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면 설정과 목표는 단순할수록 좋다. '아저씨'의 원빈은 '소미'를 구한다는 목적으로 질주하는 인물이었고, '범죄도시'의 마동석도 악인을 쫓아가서 팬다는 단순한 목표를 지닌 인물이었다. 반면 카터는 목표가 기억 찾기 > 박사의 딸 구출하기 > 백신 만들기 > 자신의 가족 살려내기 > 탈출하기까지 너무나도 많고, 그 사이에 끼어든 배경 세력 역시 너무나도 많다. 복잡하려 했다면 좀 더 서사에 집중했어야 했고, 액션을 보여주려 했다면 좀 더 단순해야했다.

     

    그렇다고 설정의 과잉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존윅' 시리즈와는 달리 카터는 궁금해지지도 않는다. 눈 앞에 나타난 적을 다 죽이니 새로운 적이 나타나는데 그 적을 다 죽이니 새로운 배경이 나타나서 다 죽이니 결국은 시밤쾅... 세계관을 구축하기 전에 죽이는데 뭐가 필요한가. 거기에 바이러스도 그냥 일반적인 바이러스라도 문제 없었을텐데 좀비 바이러스? 하...

     

    3. 배경음

     

    액션영화니까 배경음 없이 그냥 효과음만 잘 깔거나, 단순한 음율로 긴장감만 높여줘도 좋았을 것이다. '본 시리즈'의 음악을 생각하면 좋을 것. 근데 여기는, 극장도 아니고 티비로 봐서 음향의 영향이 지극히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뭔 이상한 국악 계통의 음악을 배경음으로 지겹게 깔아놔서 아주 거슬리게 만든다. 이건 노린 것이 분명한게, 극중에 사물놀이가 꽤 인상적인 씬으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내용과 어울리냐고? 대체 언제적 국악 믹스란 말인가. 심지어 사물놀이의 휘몰아침도, 궁중아악의 아름다움도 아닌 기괴한 음악이어서 더 끔찍하다.

     

    효과음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의 연속이니 특별히 할 말은 없지만, 최악인건 딸내미의 비명소리가 정말 잊을만하면 꺄악! 울려퍼지는 것이다. 솔직히 이건 한 소리를 녹음해서 중간에 다 끼워넣었다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비명소리가 원툴이야. 이럴거면 그냥 비명을 안질러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정말 매 장면마다 굳이 딸내미의 꺄악!이 한 마디씩 들어가 있다. 와... 이건 대체 음악까지 까게 만들다니. 영화가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 셈이냐.

     

    4. 결말

     

    엔딩은 그~냥 시밤쾅이다. 차라리 카터가 눈을 떴는데 '아 이건 꿈이었어, 나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네 ^^' 했대도 지금 엔딩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대체 감독은 뭘 하고 싶었던걸까? 그냥 넷플릭스 영화니까 똥이나 먹으라는 심정으로 냅다 던진걸까? 후속작을 예비한건가? 그런데 그런 엔딩으로 무슨 후속작이 가능한가? 본 시리즈나 존 윅 시리즈처럼 주인공의 행방을 묘연하게 만들어 후속작이라도 만들고자 했던건가? 어?

     

    중간중간에도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으나, 마지막 엔딩을 보고는 정말 화가 치밀었다. 플레이타임이 짧지도 않다. 90분간의 영화였대도 화가 났을 텐데, 2시간이 넘는 플레이타임을 견뎌낸 독자에게 결말이라고 먹인게 하...

     

    이 외에도 세세한 흠결은 너무 많고 많아서 다 지적할 수도 없다. 중간중간 촬영용 드론이 보이는 장면부터 어색한 분장으로 몰입감을 깨뜨리는 부분, 설명이 안되는 맥거핀들의 향연... 어지간하면 망한 영화 리뷰는 쓰지 않으려는 편인데 이건 진짜 너무 과해서 쓰고야 말았다.

     

    바로 이전에 봤던 영화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헤어질 결심 : 네이버 영화 (naver.com))이었다. 헤어질 결심을 영화관에서 보면서 실시간으로 '아, 나는 한국 영화의 어떤 꼭대기를 경험하고 있구나'라고 느꼈고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카터'를 보면서는 느꼈다. '아, 이건 한국 영화의 또 새로운 바닥이구나'.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리지 않은 것이 다행인 한편, 넷플릭스 플랫폼이라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참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호기심에 시도하시려는 분들은 부디 시도를 하지 마시고, 똥 모으기에 쾌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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