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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59, 무지개 같은 희망
    코이카 2015. 6. 15.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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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오고, 당연하게도 아파트는 적당한 매물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저 우울함으로 바닥을 때리던 날이었다. 특별한 성과 없이 호텔에서 죽치다 마지막으로 들러본 가게에서도 뾰족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쏟아붓는 비를 피해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고나니 거짓말처럼 비는 그쳐있었고, 꽤나 쌀쌀한 공기 속에서 바닥의 오물과 물웅덩이를 피해 바닥만 보며 걷고 있었는데 옆에 걷고 있던 동기 왈, '무지개다!'

    정말 무지개였다.

    사진에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꽤나 커다란 쌍무지개였고, 구름에 가려진 부분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두 다리를 디디고 있는 완전한 형태의 무지개였다. 한국에서는 저렇게 큰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애초에 무지개를 본 일이 꽤나 드물었지 싶다. 아마도 고층 건물로 가득한 서울이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무지개였겠지만 고층 건물이라고는 5층짜리 아파트가 전부인 탈라스에서는 이다지도 선명한 무지개가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았다.

    참 슬프기 짝이 없는 노릇이나 확실히 힘든 상황에서는 자연으로부터 큰 위로를 받는다. 순천만에서도 그랬고, 지난 OJT때도 그랬지만 큰 자연 앞에서는 그래, 이러나저러나 다 괜찮다는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비가 그리도 쏟아지면서 바닥을 흐르던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무지개의 상징은 희망이 아닌가. 힘들수록 작은 상징, 그리고 작은 징조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바보같은 성격인지라 아, 될 대로 되라, 싶은 마음으로 돌변하여 그냥 그러려니... 싶기도 하다.

    + 그래도 아파트는 좀 빨리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은 한 개의 선택지는 주인 아저씨의 미묘하게 탐욕스런 태도가 맘에 걸린다.

    ++ 그리고 9월까지 뭘 한담... 수업준비를 해도 해도 2개월 반이라는 시간 동안 난 무얼 해야 좋단 말인가. 정말 등산이라도 다닐까?

     

     

    그리고, 그 무지개는 마치 나의 희망처럼 차차 사그라져 사라졌다. 하하. 하라쇼, 스파씨바, 작쉐, 라흐맛!

    제목은 쓸 때는 절대 의도한 바 아니지만, 띄어쓰기 장난으로 '무지 개같은 희망'으로도 읽히는군. 캬, 비꼬는 것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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