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원 데이 (One day, 2011)
    영화 2016. 4. 7. 23:37
    반응형

     (네이버 영화 정보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9770)


    1. 중학교 시절 등속도 운동 측정 실험은 누구나 다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종이 꼬리를 단 작은 모형 자동차를 밀면 그 꼬리에 같은 시간 간격으로 점이 찍히는 실험으로, 등속도 운동을 할 때는 점의 간격이 같아진다는 단순한, 누구나 예측 가능한 실험이었을 것이다. 좀 더 쉬운 예를 생각해보자면, 어떤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를 일정 시간, 혹은 일정 거리마다 찍는 CCTV를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일정한 간격'이 이 영화의 제약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2. 사실 이 '일정한 간격'을 깨닫기 전까지, 영화는 큰 감흥 없이 지나간다. 물론 앤 해서웨이나 짐 스터게스는 멋지고 잘생긴데다, 배경으로 화면 가득 펼쳐지는 유럽의 풍광은 너무나도 멋지지만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보지는 않으니까. 오래된 친구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흔하다. 잘 나가는 망나니 남자와 불행한 여자의 로맨스? 뻔하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엇갈림과 빗나감? 지루하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쯤, 어떤 시점 이후로 망치로 맞는 것처럼 깨달음이 온다. 그제서야 이 흔하고 뻔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품고 있는 그 사이의 감정의 결을 읽고 몸의 바닥부터 차오르는 저릿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건 나처럼 영화의 속 뜻을 늦게 깨달은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는 좀 늦게 깨달아야 그 차이에서 오는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일정한 간격'으로 찍힌 인물들의 상황이며, 그 '일정한 간격' 사이의 이야기는 알 수 없다. 아예 알 수 없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인물을 통해 전해 들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보통' 영화에서 메인으로 다룰 이야기들을 '원 데이'는 간격 사이에 매몰시킨다. 그 부분을 추측하는 재미, 영화를 보고 있지만 소설을 읽듯 추측해 나가는 재미 속에서 이 영화는 빛난다.


    4. 물론... 위에서 언급한 흔함, 뻔함, 지루함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한다. 그건 많은 사람들이 익히 체험하여 알고 있는 '인생은 결국 타이밍'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이야기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굳이 그 나른함을 거부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어차피 모든 진실은 평범하며, 우리가 살아갈 인생은 흔하고 뻔하고 지루하니까, 그 나른함에 몸을 맡기고 둥실 잠시 떠내려가도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덧 1. 아, 서양인들의 헤어짐, 혹은 이혼 후의 쿨내(막말 좀 더해서 개족보라고 욕하고도 싶은)는 보는 내내 이해할 수 없었다. 쿨내나게 살고 싶은 나지만, 저렇게는 못 살 것 같다.


    덧 2. 유럽 가기 전에 보고 가면 그 분위기에 푹 빠져 유럽 여행의 감성적인 면이 한결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