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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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62. 한국어 수업 3주차.코이카 2015. 9. 26. 02:54
수업 원래 이번주 목표는 받침을 끝내는 것이었으나, 의외로 자음 + 모음의 구성에서 학습 속도가 느려진 덕분에 2번 그룹 외에는 받침을 시작하지도 못하였다. 자음 따로, 모음 따로는 이제 쉽게 인지하는 반면, 여전히 합자에서는 어려움을 보이는 것이 큰 문제. 아직까지 제시된 단어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읽질 못하니 받침까지 나가는 것도 사실은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난번 과외를 하던 3명의 학생들은 3주차에 받침까지 수업을 마쳤기에 생각보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단어도 충분히 읽히고, 이후에 자기 소개까지 마칠 수 있었는데 이런 속도로는 12월까지 얼마만큼의 진도를 나갈 수 있을런지... 게다가 문제는 내가 진행하고 있는 학습 순서가 맞는지도 확실하지가 않다는 것. 모음 - 자음 - 받침 순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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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8. 개학 2주차.코이카 2015. 9. 11. 04:07
나도 드디어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에 우선 감사하다. 워낙 실망의 연속인 나날이라 아마도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어쨌거나 개학을 했고, 어찌어찌 수업을 굴려간지 1주일이 흘렀다. 확실히 일을 하니 무언가 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하여 이제서야, 코이카에 온 지 5개월 가까이 지나고 난 지금에서야 나는 업무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내가 코이카에 와서 꼭 따라 써 보고 싶었던, 내 코이카행 결정에 꽤 큰 영향을 준 곰파의 글 형식을 따라 써 볼 수 있게 되었다! (http://gompa.tistory.com/511) 물론 나는 이렇게 정리된 글을 쓸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형식이라도 빌어다 전문적인 척좀 해야겠다. 수업1. 말도 많고 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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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7. 8월 31일을 돌아보기.코이카 2015. 9. 1. 03:20
8월의 마지막 날이다. 꾸준히 얘기해왔던 그 '9월'이 눈 앞에 와 있다. 나란 인간은 참으로 무서운 습관성 인간인지라, 그렇게 9월을 바라 마지않았고, 무언가 일을 하기를 고대해 왔지만 막상 9월이 오고 내일 당장 출근을 해서 답이 보이지 않는 수렁을 헤치고 들어갈 생각을 하니 일단 숨이 막힌다. 그리고 한 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 이 생활도 나름 편하고 좋지 않은가. 실컷 남 탓이나 하면서 어쨌거나 남의 돈으로 적당히 놀고 먹으며 편하게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는 건데 말이야.' 세상에.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은 정말 진리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억지로 늘어지려는 몸을 일으켜세워 흩어진 정신을 다잡으려 노력해본다.올해 8월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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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1, 피로.코이카 2015. 8. 15. 04:43
드디어 오늘은 이동제한이 풀리고 수도로 놀러 가는 날. 지금 자도 일어나야 하는 시간까지는 4시간밖에 잘 수 없지만 그래도 짧게 쓸 건 쓰고 자야겠다. 뭐 오늘도 밝은 얘기는 아니고, 그저 어느 정도 걱정했던 것이 그저 '확인된' 날이랄까. 졸리니까 길게 쓰진 말고 짧게 쓰고 자자.한국에서 일하다 오신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에 단골로 다니고 있다. 물건도 나쁘지 않고, 우리가 주로 사 먹는 물의 브랜드가 여기에 있기 때문에 (참 무서운게 똑같이 돈 주고 사먹는 물인데 어떤 브랜드의 물은 가끔 물이끼가 둥둥 떠있는 경우가 있다. 가장 메이저한 회사의 물만 마실 수 밖에 없는데, 그 물을 여기서 판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자주 가게 된 것. 오늘도 물과 과자를 사러 들렀더니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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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8, 108 번뇌.코이카 2015. 8. 3. 03:22
해가 빨리 진다. 저녁과 새벽에는 꽤나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늘 속옷만 입고, 아무 것도 덮지 않고 잠들었는데 어제는 쌀쌀함이 예사롭지 않아서 바지를 입고 얇은 담요를 끌어 덮었다. 슬슬 가을이 감돈다. 여전히 낮에는 햇볕이 굉장한 기세를 뽐내지만 어느덧 그 기세도 예전같지 않다. 긴 봄과, 그만큼 긴 여름이었다. 계절을 거슬러 이곳으로 와 오랜 봄을 살았고, 실제 시간보다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는 여름을 살고 있다. 그 여름도 고작 2주 남짓이었다. 하루하루가 축 늘어진 길가의 개들처럼 더디고 무기력하게 흘러가는데, 막상 돌아보면 그 개들은 어느 새 사라지고 없다. 어느 새 108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축 늘어진 개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남는 시간이 많으면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난 이미 그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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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4. '배운 것'과 '알게 된 것'.코이카 2015. 7. 10. 03:43
아아, 지난 글을 쓰고 최소한 3일 안에 이 글을 쓰고자 했는데 역시나 의지박약으로 일주일만에 글을 쓰게 된다. 무료한 삶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조만간 (이렇게 써 놓고 아마도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서야 쓰겠지만) 쓸 생각이지만 지금의 내 생활은 그야말로 군대보다 재미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이런 삶도 나쁘지 않으며, 누군가는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것이고, 심지어 삼시세끼 등의 예능에서는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는 일을 예능으로까지 만들고는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소리다. 작은 동네, 별다른 유적도 없고, 정신적인 세계를 체험할 일도 없고, 음식의 다양성도, 딱히 할 일도 없는 그런 일상. 그저 하루 세 끼, 아침은 요구르트를 마시니 남은 두 끼를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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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7, 길 위의 사람.코이카 2015. 7. 3. 03:20
쓰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되려 그 때문에 뭘 써야 할지를 모르겠는데다가 무기력과 귀차니즘에 푹 절어들어간 상태인지라 막상 요 며칠간은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대로 지나가단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생각이 사그라들 것 같아서 일단 순차적으로 쓰고 싶었던 것들을 쓰려 한다. 오늘은 류시화 시인의 2013년 페북 글부터. 문학의 길을 걷겠다고 집과 결별하고 노숙자가 되자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를 마치고 교사가 되었으나 한 달도 안 돼 그만두었을 때 사람들은 미친 것 아니냐고 했다. 불교 잡지사를 다니다가 반 년도 못 채우고 퇴사했을 때 그들은 '왜?'라고 물었다. 클래식 음악 카페를 열었다가 석 달 만에 문을 닫았을 때 사람들은 그새 망한 것이냐며 의아해했다. 거리에서 솜사탕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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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1, 집을 구하다.코이카 2015. 6. 27. 03:05
드디어 보금자리를 찾았다. 그리고 입주했고, 침대도 들여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람 사는 꼴은 갖춘 상태. 일단 오늘은 사는 꼴 부터 보고. 일단은 침실. 일찌감치 카페트는 걷어치웠다. 다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키르기즈의 집은 오만 구석에 아주 카페트를 도배를 해 놓는데 (심지어 벽에도!) 개인적으로는 카페트 자체를 싫어하는데다 온갖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사는 키르의 바닥이 결코 깨끗할 일 없기에 침실로 쓸 방을 정한 뒤에 바로 카페트를 둘둘 말아 옆방에다 치워버렸다. 참고로 지금 계약한 집은 방이 총 4칸 (거실 용도로 사용되는 곳 포함), 주방, 화장실, 욕실, 발코니로 이루어진, 꽤나 큰 아파트인데 그 중에서 나는 방 2개 (실질적으로는 침실 1개만) 사용하는 중. 처음에는 침대를 쓸 생각이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