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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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6, 집밥의 위대함, 무기력증, 카라멜라이즈코이카 2015. 6. 22. 03:26
자존감이 무기력증에 빠진 날들이다. 다행이 집은 구했고, 내일 이사를 하지만 그마저도 11월에는 방을 빼야 하는, 그야말로 어디에 정착하기 쉽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문득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가도, 아파트를 보러 다니면 아, 도무지 이런 집에서는 2년은 못살겠다, 싶은 걸 어쩌란 말인가. 어쨌거나 당분간은 안정을 찾을 수 있기도 하고, 다른 단원이 집을 구한 덕분에 나름 밥도 잘 해먹고 있는 상황. 그렇지만 그 와중에 무료함에 벌써 신물이 나고... 하나의 제목으로 묶기 어려워 소제목을 붙여보고자 한다. 1. 집밥의 위대함. 키르음식은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고 대부분의 음식을 잘 먹는데다 한식에 대한 집착도 그다지 없는 편이라서 어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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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9, 무지개 같은 희망코이카 2015. 6. 15. 02:27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오고, 당연하게도 아파트는 적당한 매물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저 우울함으로 바닥을 때리던 날이었다. 특별한 성과 없이 호텔에서 죽치다 마지막으로 들러본 가게에서도 뾰족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급작스럽게 쏟아붓는 비를 피해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고나니 거짓말처럼 비는 그쳐있었고, 꽤나 쌀쌀한 공기 속에서 바닥의 오물과 물웅덩이를 피해 바닥만 보며 걷고 있었는데 옆에 걷고 있던 동기 왈, '무지개다!' 정말 무지개였다. 사진에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꽤나 커다란 쌍무지개였고, 구름에 가려진 부분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두 다리를 디디고 있는 완전한 형태의 무지개였다. 한국에서는 저렇게 큰 무지개를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애초에 무지개를 본 일이 꽤나 드물었지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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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8, 그의 근황.코이카 2015. 6. 14. 03:26
0. 유독 블로그를 쓰려는 오늘 호텔의 와이파이가 느리다. 그래도 그는 꾸역꾸역 블로그 글쓰기 페이지로 기어들어와서 기여코 글을 쓰기 시작했다. 벽에는 방금 때려잡은 모기의 납작한 잔해가 붙어있고, 토요일 밤, 창 밖은 이제사 조용해졌다. 개가 유난스럽게도 짖는 밤이다. 그는 문득 스스로가 처량해진다. 평생 가보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살게 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나라의, 그 중에서도 작은 도시의, 그 중에서도 작은 호텔의 방 안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최신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는 것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슬프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 덩치 큰 사내가 호텔 화장실 세면대에서 속옷을 열심히 빨고 있다. 변기 뚜껑 위에는 이미 세탁한 양말과 속옷 상의가 꽈배기처럼 말려있고, 그는 지금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