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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17. A world of pandemonium.
    코이카 2015. 8. 1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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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밴드 the Hiatus 2집에서 발췌, 그리고 위의 뮤직비디오는 그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딱히 오늘 쓸 내용과는 관련 없는 노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엄청나게 많은 소리가 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복잡하면서 화려하고, 유쾌하면서도 밝지만은 않은 곡.


    지난번 글을 쓴 바로 그날 호된 장염에 걸려 일주일을 꼬박 앓고 이 글을 쓰는 오늘까지도 아직 장염의 여파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번 글의 내용이 내용이었던 만큼 뭔가 운명적인 질환 - 속에 담긴 모든 것을 내보내고 다시 새로워지기 위한 정화의 과정으로써의 장염이라고 생각하려 해보았으나 무슨 얼어죽을 정화, 함께 식사하는 동기 두명도 비슷한 증세로 고생한 걸 보면 그저 음식을 잘못 먹어서 생긴 탈일 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덕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눈 녹듯 사라졌고, 그 여파로 이번 주도 슬렁슬렁 보내고 있는 상태. 물론 사이에 조금 괜찮다고 고기를 왕창 먹고 (심지어 재수가 옴팡지게 없어서 주문한 샤슬릭 중 일부가 상해있어서 더 했던 것 같지만), 다시 좀 괜찮아졌다고 라볶이를 맵게 해서 왕창 먹어서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았어도 좀 더 빨리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러려니, 한다.

    오늘의 글 제목이기도 한 A world of pandemonium. 판데모니엄은 대혼란, 지옥의 수도, 악의 소굴 등을 뜻하는 단어지만 사실 오늘 쓰고 싶은 글은 '꼰대'에 대해서이다. 최근 우연찮게도 주변에 몇몇 케이스의 꼰대를 목격했고, 최근 한 꼰대를 겪고 나니 도무지 글을 쓰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황. 그나저나 꼰대가 무슨 뜻인지를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보니

    명사

    1 .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
      2 . 학생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


      이 정의는 만족스럽지 못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무위키에 물어보니, (https://dark.namu.wiki/w/%EA%BC%B0%EB%8C%80)
      굉장히 구시대적인 기준, 현대에는 가치를 잃은 기준, 조직 전체의 목표를 무시하고 개인의 이익이나 사사로운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윤리를 강요하는 사람들, 타인의 자유를 침해해가면서 자신 머릿 속의 윤리 규정을 수호하는 사람들 등 집착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 현대에는 가치를 잃은 옛날 윤리를 적용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람들 : 아랫 세대의 문화나 행동에 태클을 걸면 꼰대질한다고 일컫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흐르면서 졸렬한 보상심리로 자신이 과거 맛보지 못한 개방성을 누리는 신세대를 열폭 비방하는 자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 경우 마음대로 안돌아가면 "요즘 것들은..." 이나 "가치관이 글러먹었다" 같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발언을 하기도 한다. 보통 저런 말이 나올 정도면 슬슬 논리와는 관계없이 단순한 비방이 목적이므로 말로써 상대할 가치를 스스로 버리는 셈이 된다. 쓸데없이 오지랖이 많은 어른들도 포함.
      머리가 그게 뭐냐, 옷이 그게 뭐냐?
      부모가 우습냐, 선배가 우습냐, 상사가 우습냐?
      부모가 부모같지 않냐, 선배가 선배같지 않냐, 상사가 상사같지 않냐?
      쟤 좀 그렇지 않냐? 뭐라고 딱 집어 말하지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좀 그래.
      나이가 몇인데 OX냐?
      부모가 부르는데 왜○○이냐?
      • 조직 전체의 목표를 무시하고 사사로운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윤리를 강요하는 사람들 : 관공서에 가서 지 꼴리는 대로 안 된다고 나이드립이나 치는 케이스.
      • 주어진 권한 이상을 행사하려 든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라면 일을 하기 위해 권한을 쥐어준 것이지만, 술자리, 취미, 정치적 의견, 회식, 고기 굽기 등을 간섭하며, 사규에서 허용하는 휴가나 정시 퇴근 등도 "왜인지 기분나쁘다"면서 사적으로 막는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가 꼰대인 줄 모른다.
      "요즘 나 같은 상사가 어딨니? 하지만 나에게 인사를 할 때 태도가 기분나쁜 후배들은 인사고과를 깎을 거야."
      "난 꼰대질 같은 것 안 해. 하지만 휴가를 1주일씩 내는 신입사원이 있다면 싸가지가 없다는 이유로 크게 혼을 낼 거야."

      참 잘 정리되어 있구나. 역시 모두의 위키사전이랄까.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사례 1.

      모 직장의 모 선배는 모든 일을 할 때 "내가 그 일을 옛날에 해 봤는데 말이야~", "다 해 본 일이야~" 등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더군다나 자신은 항상 무슨 일엔지 바빠서 (실제로 바쁜지는 알 수 없고, 전부 본 업무와는 상관 없어 보이는 개인 사정으로) 늘상 기한을 어기는 주제에 남들이 기한을 어기거나 하면 어김없이 어깃장을 놓는 인간. 또 오만 일을 벌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막상 치우는 것은 다른 사람, 그리고 공은 여지 없이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그런 인간이다. 

      그 인간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거기에 참가하는 다른 후배가 이 일이 업무 외적 프로젝트임에도 부담이 커져 부당하니 다음에는 정식 업무에 넣자는 메시지를 보내자 A4용지 약 2장 분량의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이를 읽는 사람들의 어이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일이 발생했다. 그 메시지의 주된 내용은 결국 "나이도 어린 후배주제에 바락바락 대들지 말고 '감성 페이'에 만족하면서 그냥 시키는대로 까라면 까." 였다. 물론 그 내용을 포장해놓은 아주 기분나쁜 미사여구들과 교묘한 화법은 덤.

      사례 2.

      모 직장의 외부 초빙된 모 상급자는 처음에는 굉장히 민주적인 리더인 '척'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 직장은 꽤나 사회적, 국제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단체였기 때문. 그러나 점차 드러난 그 실체는 참담했는데, 모든 메일을 영어로 보내라는 둥 실적을 내라고 강요하는 둥 여러모로 겉모습과 (그리고 몸담고 있는 직종이 원하는 사람의 모습과) 달랐던 모양. 그리고 드디어 터진 마지막 한 방. 퇴사를 앞두고 그동안 쌓여 왔던 것이 폭발했는지 모 실무자에게 메일을 보내는데...

      그 내용은 결국 '사회 생활이란건 말이지...'로 시작하는 꼰대질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주된 내용은 "사회 생활 그렇게 하지 말아라.", "내가 상급자인데 뭘 바락바락 대드느냐. 까라면 까라.", "결국 니들을 뽑아서 일을 시킨 이 단체의 탓이지만 너희들도 나쁘다.", "내가 살아보니 그렇게 살면 안된다. 잘하자?" 뿐. 참 웃긴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이런 내용의 글 마무리를 "좀 더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로 마무리 하고 있다는 것.

      사례 3.

      모 단체의 모 사업장 모 과장은 늘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를 입에 달고 산다. 막상 외부의 평가는 굉장히 유능하게 알려져 있는 모양으로, 남들은 하기 힘들다는 모 직위를 두 번에 걸쳐 맡고 있다고. 그러나 실상을 까 보면 외적 업무는 얼마나 유능한 지 모르겠으나 (어차피 공무원에 가까운 신분이므로 유능함 =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안정적임에 가깝겠지만) 막상 자신이 관리해야 될 일에 대해서는 그저 방임 상태.

      이번에도 모 실무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물어보자 "내가 얘기하지 않았었나요?"로 일관. 이전에도 몇 번 있었던 일이라 넌덜머리가 난 모 실무자는 "들은 적 없다"고 강하게 항변하였으나 "나는 말했는데 너는 못들었다니 이 무슨 안타까운 일이냐.", "혹시 내가 말하지 않았다 치더라도 그건 알고 있지 않았냐." 되려 적반하장식으로 몰아댐. 당연히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알고 있냐고 말한 것 역시도 들은 바 없음이었다. 결국 상황 종료. 전가의 보도 "내가 얘기하지 않았었나요?"를 통해 자신의 잘못은 사라지고 타인의 잘못이 생겨나는 기적을 볼 수 있다.


      ... 거 참. 글을 쓰면서도 힘들었다. 도대체 이 세상에는 왜 이렇게 '꼰대'가 많은가. 그렇다고 이 문제가 비단 나이가 많다고 생기는 문제는 분명 아니다. 왜냐면 여기서 예로 든 사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나이가 많지 않은데다, 전부 현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나름 그 업계에서 유능하다고 '소문'이 난 인간들이다. 공통점을 도출해보면, 1. 결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2. 다른 사람을 어떻게든 가르치려고 든다. 3. 빈 수레가 요란할 뿐 실속은 없다. 4. 민주적인 척 하지만 결국에는 위계질서를 강조한다... 정도로 뽑아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세 사례가 그 중에서도 최악인 점은, 그들이 속한 업계가 사실은 '꼰대'가 없어야만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가장 꼰대가 없어야 할 장소에 가장 큰 꼰대들이 버티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을 마주하고, 이런 사람들에 대해 들을 때마다 혐오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한 편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어느 덧 30살이 되었고, 나 역시도 10대, 20대의 사람들이 바라보기에는 충분히 꼰대스러움을 갖추고 있을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본 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 어느 순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다 보면,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잃어버리고 급격하게 꼰대가 되어 있을 내 자신이 너무 두려웠다. 지금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의 모습이, 내가 저 사람의 모습이 되었을 때 내 모습이라면? 세상에 이것 보다 끔찍한 일은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런 이유로,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박차고 나와 안착한 그 자리에는 적어도 '꼰대'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많기를 바라며.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자리에도 꼰대가 있다. 심지어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듣는 다른 자리에도, 한국인들이 관여하는 세상 어디에도 꼰대가 있는 것 같다. 막막한 벽을 느꼈다면 과장일까. 나는 골수 문과이고, 그렇기에 아마도 취직할 수 있을리 만무하지만 일종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하고 있는 '구글'에도 꼰대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겪어 본 바에 따르면 그 꼰대는 반드시 나보다 나이가 많지도 않다. 이 세상에는 어린 꼰대도 충분히 넘쳐나고 있으니 어떤 단체에서 꼰대를 만나지 않을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까운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체념하고 사는 것이 답인가? 체념하고 살기 전에 꼰대가 아닌 사람들이 굴려 가는 단체가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보았다. 명확하게 정해진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을 탐색, 그 수단 탐색과 수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는 구성원들, 그리고 그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방안으로 만들어 내고 그 방안을 수행하는 구성원들, 그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리더, 그리고 무임승차나 멀쩡한 척 가장하고 있는 '꼰대'를 솎아내거나 다시 원래대로 돌이킬 수 있는 시스템... 아, 이거야 말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유토피아로구나. 드라마에서도 나오지 않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쓰고 있는 도중에 드니 이미 글렀다. 그렇다고는 해도 '최악은 아닌' 지점을 사람들은 반드시 알고 있을 테고, 이전 상태보다는 나아진 상태를 향해 하나 하나 바꿔나간다면 유토피아에는 결국 도달할 수 없더라도 결국 유토피아 근처에는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소한, 나 자신이 꼰대가 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함은 분명하다.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쉽다. 사례로 든 꼰대들의 행동을 반대로 하면 되니까.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인정할 줄 알며, 다른 사람을 쉽게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보다 속으로 내실을 쌓고, 위계질서보다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목소리를 내서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꿔 나가면 되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또 다른 부당함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나 부터, 손 닿는 부분부터 조금씩 손봐 나가면 어느 순간에는 꽤나 큰 그림이 바뀌어 있을 지도 모른다.

      ... 는 개뿔. 어차피 내 개인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괴물을 상대하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처럼, 나는 나 스스로가 꼰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선은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 최근의 생활은 그야말로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삶. 이 끔찍하게 지루하고 무료한 삶에도 몸이 적응했는지 이젠 그냥 시간이 세월아 네월아 흘러간다. 위험하다. 이렇게 살고자 여기에 온 것은 아니지 않나. 9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 제목을 A world of Ggondemonium으로 쓰려다가 너무 유치해서 관뒀다. 그래도 글 내용에는 꼰데모니엄이 더 어울렸을지도. 뭔가 패션용어 같기도 하고.

      +++ 꼰대들을 상대하면서 느끼는 교훈. 얕보이지 말고, 내 하고 싶은 대로 하자. 어차피 뭘 어떻게 하든 켕기는 게 없는 사람이 이기더라. 막상 빈수레가 요란한 꼰대들이다 보니 많은 경우에 세게 나오는 사람에게는 또 꼬리를 내리는 경우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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