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쉬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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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1, 1/24코이카 2015. 5. 17. 21:33
4월 16일에 이곳에 왔으니 어느 새 꼬박 한 달을 살았다. 한국에서의 한 달이 어땠는지 생각해보면, 이렇게 버라이어티한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홈스테이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새 홈스테이에 적응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키르기즈어를 배우느라 고생도 하고, 이것저것 보고 느끼면서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느끼고 깨닫고 있는 중이랄까. 물론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마냥 불행하지만도 않다. 이 세상에 후회가 없는 일이 있을 수 없으니 후회를 안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후회만 하고 있지도 않다. 고작 한 달 지났을 뿐이니 나의 결정이 내 남은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지 판단을 미리 내리는 일은 어리석을 터, 그저 묵묵히 생각하고 기록해두면 언젠가 그 기록을 되짚어 그 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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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 주말, 또 주말코이카 2015. 5. 11. 21:11
이제 평일에는 딱히 쓸 일이 없다. 자잘한 문제들, 생활의 변화들은 늘 있지만 그건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이고 포스팅할 거리들은 특별하게 생기지를 않는 것이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모두 어학원, 그리고 저녁에 카페에 들려 잠시 복습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먹고, 씻고, 조금 쉬다 보면 어느 새 하루가 끝나 있는 평일. 조금은 느슨해지고 조금은 지루해진다. 애초에 이런 생활로는 외국에 와 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가 없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 와서 가장 많이 본 풍경은? 아마도 비쉬켁 시내에 있는 어학원 런던스쿨의 내부일 것이다. 아아, 어딜 가나 우리는 일정한 루틴을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가. 그나마 주말이 조금은 여유롭고 자유 시간이 있는 편이라 이것저것 찾아보는 편이고, 5월은 한국도 그랫지만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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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 5월 초, 연휴 풍경.코이카 2015. 5. 4. 21:42
5월 1일은 한국에서도 근로자의 날이지만 이곳에서도 노동절로 꽤나 큰 휴일에 속한다. 당연히 학원이 놀기 때문에 나도 놀게 되었지만, 딱히 프로그램도 없고 있던 프로그램이었던 식목활동도 취소된 관계로 여기저기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다. 원래 계획은 영어판 어벤저스2를 보는 것이었으나, 아쉽게도 영어판 어벤저스는 모두 내린 상태. 구소련 국가들에서 헐리웃 영화는 대체로 아예 '풀 더빙'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란다. 어벤저스는 아쉽지만 뒤로 하고, 분노의 질주 7이라도 봤는데 역시나 알아듣는 러시아어라고는 '스파씨바'와 '빠잘루스타'밖에 없었음에도 내용 이해에는 큰 지장은 없었다. 물론 한국 자막으로 다시 볼 계획이긴 하지만. 어쨌건 이번 연휴의 주된 일정은 시장 구경. 키르기즈스탄은 구소련 독립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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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4, 홈스테이를 옮기다.코이카 2015. 5. 1. 01:40
어제는 참 괴로운 하루였다. 전날 밤과 마찬가지로 아침에도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한편, 아주머니는 아침 일찍 어디론가 나갔기 때문. 아주머니와 마주치기 불편하여 아주머니가 나가시길 기다렸다가 씻으러 나오는데 딸내미가 '샤워 하지 마, 너 샤워하면 나랑 내 동생이랑 직장이랑 학교에 늦어'라고 한번 더 얘기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씻을 생각 없었다고. 대충 면도와 고양이 세수만 하고 나오니 당연히 기분은 구질구질 할 수 밖에. 아침에 수업은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런던스쿨에 오고, 이어 과장님과 코이카 현지 직원분이 나오셔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그 구구절절한 사연은 뒤로하고 간단하게 사실만 정리하면, 1. 돈을 늦게 지급하는 것과 아침 저녁 식사 포함, 일주일에 한 번 청소,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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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0, 문화체험, 문화충돌, 문화접변.코이카 2015. 4. 27. 01:56
키르기즈에서 맞는 두 번째 주말이 지나간다. 벌써 두 자리 숫자로 접어들다니 시간이 꽤나 빠르다 싶다. 지금까지 해 온 여행의 패턴에 따르면 슬슬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하는데 집으로 돌아갈 채비는 커녕 아직 본격적인 일은 시작도 안했다는 것이 함정. 여행자일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을 찾자면 역시 그 문화를 체득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차이가 아닐까. 여행자로서 멀리서 그 문화를 지켜보고 그 문화의 단물만 핥고 돌아갔었다면 지금은 좋으나 싫으나 이 문화에 녹아들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그리고 어제는 문화'체험'의 날이었다. 역사박물관과 수파라라는 키르기즈 전통 음식점을 방문하는 날로, 그래도 나름 기대되는 일정중의 하나였다. 늠름한 마나스 장군의 동상. 뒤에서 얘기하겠지만,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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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 오르락 내리락 하다 하루해가 집니다.코이카 2015. 4. 23. 02:21
아_그냥_우리동네_뒷산이야.jyp 이런 곳에 살고 있다. 저 눈덮인 설산은 비쉬켁 시내에서 남쪽을 보면 어디에서나 보이는데 굉장히 신비롭달까, 적응이 안된달까. 그냥 차타고 죽 가다가 잠시 고개를 돌리면 저런 산이 눈앞에 있다. 꼭 그림으로 그려놓은 느낌인데, 사실 현실감은 떨어지는 편. 왜냐면 최근의 비쉬켁 날씨는 덥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28도를 넘는 굉장한 날씨였다. 물론 건조한 날씨의 특성 상 그늘은 굉장히 시원하고, 밤에는 추울 정도로 일교차가 크다. 그래서 감기에 걸리기 쉽고,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듯도 싶다. 어쨌든. 본격적인 현지적응교육(이라 쓰고 그냥 하루 종일 언어교육이라 읽어도 무방하다)이 시작되니 삶이 상당히 단순해졌다. 홈스테이하는 집이 이름도 거창한 학원 런던스쿨에서 꽤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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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 첫 일요일. 첫 나들이.코이카 2015. 4. 20. 01:34
첫 일요일을 맞이했다. 이곳의 주말은 한국과 비슷한지, 홈스테이 가족들은 대부분 늦잠을 잤다. 다들 10시쯤에 기상하여 10시 반쯤 아침을 먹었으니 상당히 늦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은 대동소이했다. 물론 햇빛이 강렬하게 들이침 + 12시쯤 취침하여 이미 충분한 수면을 취함이라는 악조건에 8시 30분쯤 일어난 나는 그저 침대에서 뒹굴뒹굴. 주말은 뭐,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 수 밖에. 아침을 먹고 아주머니와 함께 집 근처에 열린다는 시장을 함께 가 보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아파트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장같은 느낌인데 아침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어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농산물의 가격은 상당히 싼 편인데, 싼 만큼 거의 킬로그램 단위로 판매하여 혼자 사는 사람은..